[한경데스크] 여수시와 태백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방의회 흔들, 市살림 거덜…사전예방 경보시스템 절실
허원순 지식사회부장 huhws@hankyung.com
허원순 지식사회부장 huhws@hankyung.com
사흘 뒤,24일 전남 여수시의 운명이 갈린다. 이날 여수시의회 의원 3명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진다. 이들이 의원직을 잃게 되면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앞서 여수 시의원 4명이 이들과 같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대법원 최종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터여서 26명의 의원 중 4분의 1 이상 결원으로 시의회 전체를 새로 구성하는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한두 명 결원보충이 아니라 시의회 전체를 새로 뽑는 보궐선거는 지방자치 역사에 유례가 없다. 선거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여수로서는 이런 불명예가 없을 것이다. 지난달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잃은 4명이나 최종판결을 기다리는 3명이나 한결같이 수뢰혐의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전 여수시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것이 문제인데 한국의 지방자치,특히 지방의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 됐다.
여수가 지방의원들의 행태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면 강원도 태백시는 방만한 지자체의 재정운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전국 최연소 시장인 김연식 태백시장(43)은 춘천과 서울까지 오가며 동분서주하지만 태백의 재정은 비관적이다. 두 달 전,시살림에서 긴축 의지를 다지고 중앙 정부의 지원도 요청하며 삭발한 김 시장의 머리는 아직도 짧은 그대로다.
오투리조트 개발에 나선 시 산하 태백관광개발공사의 빚이 산더미처럼 늘어나면서 시의 목줄을 죄어 들고 있다. 작은 지방공기업 태백관광개발공사의 빚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부채비율은 갈수록 늘어 2009년 567%에서 지난해 말 800%를 넘어섰다. 정부가 부실 공기업의 잣대로 삼고 채권발행의 제한 기준으로 정한 선이 400%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빚인지 알 수 있다. 중앙 정부의 매각 결정이 났지만 이렇게 부실한 공기업에 관심갖는 곳은 별로 없다. 지금 이 공사를 '처리'하게 되면 시는 부채의 절반인 1490억원에 대한 보증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연간 예산이 2700억원인 태백시가 무슨 수로 이 빚을 감당할 것인가. "지역에 애정이 있다면 선심성 사업만은 절대 안 된다. " 삭발까지 한 김 시장이 이렇게 외롭게 외치는 것도 뒤늦은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 같다.
전임자의 누적된 잘못이 기자 출신으로 심부름꾼을 자처한 젊은 시장의 발목을 꼼짝 못하게 잡아 놓은 것이다. 안 그래도 탄광산업이 빠져 나간 태백시의 살림은 갈수록 어려워져 최근엔 시유지 매각까지 나섰다. 하지만 넓지도 않은 강원도 오지의 땅,팔아봤자 얼마 되지도 않는다.
다행히(?) 한국의 지자체는 제도적으로 파산도 못한다. 어떻게든 중앙 정부가 빚을 메워줄 것이다. 다만 거론되는 것처럼 부실 지자체로 진단받아 중앙정부가 지원에 나서게 되면 자율도,자치도 내놓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태백이나 여수나 본질은 같다.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스스로 자치와 자율 값을 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한국 지방도시의 두 얼굴이다. 미국,일본에서 파산지경의 지자체가 겪는 고통이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탈리아와 중국의 지자체를 지목하며 '지금 진행 중인 재정위기 다음의 글로벌 경제위기 진앙지는 지방 정부'라는 일각의 경고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부실한 지자체를 엄격히 가려 미리 씀씀이를 규제하는 사전경보시스템을 중앙 정부가 본격 가동해야 할 때가 됐다.
허원순 지식사회부장 huhws@hankyung.com
한두 명 결원보충이 아니라 시의회 전체를 새로 뽑는 보궐선거는 지방자치 역사에 유례가 없다. 선거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여수로서는 이런 불명예가 없을 것이다. 지난달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잃은 4명이나 최종판결을 기다리는 3명이나 한결같이 수뢰혐의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전 여수시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것이 문제인데 한국의 지방자치,특히 지방의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 됐다.
여수가 지방의원들의 행태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면 강원도 태백시는 방만한 지자체의 재정운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전국 최연소 시장인 김연식 태백시장(43)은 춘천과 서울까지 오가며 동분서주하지만 태백의 재정은 비관적이다. 두 달 전,시살림에서 긴축 의지를 다지고 중앙 정부의 지원도 요청하며 삭발한 김 시장의 머리는 아직도 짧은 그대로다.
오투리조트 개발에 나선 시 산하 태백관광개발공사의 빚이 산더미처럼 늘어나면서 시의 목줄을 죄어 들고 있다. 작은 지방공기업 태백관광개발공사의 빚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부채비율은 갈수록 늘어 2009년 567%에서 지난해 말 800%를 넘어섰다. 정부가 부실 공기업의 잣대로 삼고 채권발행의 제한 기준으로 정한 선이 400%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빚인지 알 수 있다. 중앙 정부의 매각 결정이 났지만 이렇게 부실한 공기업에 관심갖는 곳은 별로 없다. 지금 이 공사를 '처리'하게 되면 시는 부채의 절반인 1490억원에 대한 보증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연간 예산이 2700억원인 태백시가 무슨 수로 이 빚을 감당할 것인가. "지역에 애정이 있다면 선심성 사업만은 절대 안 된다. " 삭발까지 한 김 시장이 이렇게 외롭게 외치는 것도 뒤늦은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 같다.
전임자의 누적된 잘못이 기자 출신으로 심부름꾼을 자처한 젊은 시장의 발목을 꼼짝 못하게 잡아 놓은 것이다. 안 그래도 탄광산업이 빠져 나간 태백시의 살림은 갈수록 어려워져 최근엔 시유지 매각까지 나섰다. 하지만 넓지도 않은 강원도 오지의 땅,팔아봤자 얼마 되지도 않는다.
다행히(?) 한국의 지자체는 제도적으로 파산도 못한다. 어떻게든 중앙 정부가 빚을 메워줄 것이다. 다만 거론되는 것처럼 부실 지자체로 진단받아 중앙정부가 지원에 나서게 되면 자율도,자치도 내놓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태백이나 여수나 본질은 같다.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스스로 자치와 자율 값을 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한국 지방도시의 두 얼굴이다. 미국,일본에서 파산지경의 지자체가 겪는 고통이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탈리아와 중국의 지자체를 지목하며 '지금 진행 중인 재정위기 다음의 글로벌 경제위기 진앙지는 지방 정부'라는 일각의 경고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부실한 지자체를 엄격히 가려 미리 씀씀이를 규제하는 사전경보시스템을 중앙 정부가 본격 가동해야 할 때가 됐다.
허원순 지식사회부장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