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초능력자에다 불로불사(不老不死)의 몸을 지닌 남자 주인공 샘.그는 노트북과 태블릿PC의 장점을 고루 갖춘 새로운 개념의 PC를 개발하는데 성공한다.미모의 여자 친구에게 신제품을 보여주는 샘.그 순간 샘의 능력을 시샘하는 악당이 등장하는데….’

흡사 24시,유닛 등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미드’(미국 드라마의 준말) 줄거리 같다.이렇듯 긴장감 넘치고 탄탄한 스토리를 TV광고에 담을 수 있을까.기존 15∼30초짜리 광고로는 어림도 없을 법한 TV광고가 국내에서 첫 전파를 탄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3분짜리 미니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한 제품 광고를 지상파TV에 내보낸다고 18일 발표했다.

이 광고는 이달 초 삼성전자가 출시한 ‘슬레이트PC 7시리즈’ 론칭 광고다.‘슬레이트PC 7시리즈’는 노트북과 태블릿PC의 장점을 모은 신제품이다.겉보기엔 갤럭시탭10.1처럼 생겼지만 CPU와 하드웨어는 노트북과 똑같은 사양을 갖췄다.무선으로 키보드를 연결할 수도 있고 터치 기능를 갖춘 화면에 가상의 키보드를 띄워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다.

광고가 주목받는 건 방송분량과 내용 때문이다.보통 TV광고는 15초·20초·30초짜리가 대부분인 데 이 광고는 3분 짜리다.기존 15초짜리 광고 12개를 합친 분량이다.역대 국내 TV광고 중에서도 가장 길다.내용도 개성 있는 등장인물과 긴장감이 넘치는 줄거리를 갖춘 ‘미드’ 컨셉으로 제작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광고제작을 맡은 제일기획은 외국 배우를 기용해 호주 현지에서 모든 장면을 촬영했다.총 제작비만 6억원이 들었다.

손정환 삼성전자 한국총괄 상무는 “슬레이트PC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제품인데다 설명해야 할 특징도 많아 15초짜리 광고로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분량을 늘리면서도 지루하지 않도록 젊은 세대가 즐겨보는 ‘미드’처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 광고를 19일 ‘MBC-일일시트콤 재방송’과 20일 ‘KBS2-연예프로그램 해피선데이’,‘SBS-드라마 뿌리깊은나무 재방송’ 시간대 등 세 번만 내보낸다.분량이 긴 만큼 광고비가 회당 4300만∼1억300만원 정도로 비싸 지속적으로 방영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대신 21일부터는 3분짜리 광고내용을 에피소드에 따라 30초 분량으로 나눠 내보낼 계획이다.

이태명/조미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