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잃은 코스피 "믿을 건 프로그램 매수 뿐"
코스피지수의 '불안한 균형' 속에 시장이 활기를 잃었다. 오를 만하면 증시를 덮치는 유럽 재정위기 탓에 투자자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외국인 실탄 역할을 하는 한국 관련 글로벌펀드에서 자금이 6주 만에 빠져나가는 등 수급 여건도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분위기 전환의 열쇠로 선진국의 연말 소비 경기와 중국의 긴축 완화 등을 꼽고 있다.

◆하루 거래대금 6개월 만의 최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하루 거래대금은 지난 17일 4조7606억원으로 지난 3월2일(4조6808억원) 이후 최저치를 나타낸 데 이어 18일에도 4조8145억원으로 저조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넘나들던 4월 말 10조3000억원을 돌파했고,폭락장이 연출된 8월에도 다시 10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하지만 지수가 1930선 앞에서 좌절한 지난달 말 이후 거래대금은 눈에 띄게 줄었다. 최근에는 하루 4조~5조원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수가 답답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탈출을 시도할 때마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번번이 좌절됐다"며 "적극적인 매수나 매도를 이끌어내기에는 '재미없는 시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도 스페인과 프랑스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는 소식에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개인이 나흘 연속 사들였을 뿐 외국인과 기관은 이틀째 동반 매도로 일관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이사는 "박스권에서 매수 · 매도 포지션이 불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거래가 뜸하다는 것은 '팔 사람은 다 팔았다'는 의미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큰 모멘텀(상승 동력)이 없다 보니 코스닥 일부 주식에만 '매기'가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 기관 수급 모두 '소강'

활력 잃은 코스피 "믿을 건 프로그램 매수 뿐"
외국인 수급에서도 의미있는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 세계 펀드 동향을 제공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이번주(11월10~16일) 한국 관련 4개 글로벌펀드에서는 14억54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6주 만의 순유출이다. 인터내셔널펀드(-11억4100만달러)와 아시아펀드(일본 제외 · -2억2300만달러) 퍼시픽펀드(-1억2200만달러)에서도 일제히 자금이 빠져나갔다.

기관들도 역시 들락날락을 반복할 뿐 소강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539억원이 순유출되는 데 그쳤다. 지난 15일(-74억원)과 16일(-201억원) 이틀 연속 빠져나갔으나 그전 이틀간은 자금이 들어왔다.

◆연말 프로그램 매수가 분위기 전환 열쇠

유욱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반등 초기에는 거래량 증가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국면"이라며 "거래량이 늘지 않는다면 코스피지수는 당분간 1790~1970선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유럽 위기가 극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다른 모멘텀을 찾고 있다. 미국 연말 소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할 뿐 아니라 중국 역시 최근 부동산값 하락 등을 계기로 긴축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가 연말 랠리에 힘을 보탤지도 관심사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연말 배당을 노린 프로그램 매수세가 대기하고 있다"며 "시장 베이시스(현 · 선물 가격 차)가 개선될 경우 8월 이후 빠져나갔던 차익거래 자금이 재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미/서정환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