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찍고 중국行…류우익이 움직인다
'실세' 류우익 통일부 장관(사진)이 최근 들어 부쩍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을 방문한 지 약 2주 만인 내주엔 중국에 간다.

통일부 장관이 미국과 중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것이 통일부의 공식 반응이다. 그렇지만 최근 북한이 남한을 자극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뭔가 깊은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류 장관이 오는 21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당 · 정 고위 인사들을 면담한다"고 18일 밝혔다. 그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중국 측의 이해를 돕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 정부의 남북대화 등 대북정책 추진 방향과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중국 측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이 미국과 중국을 연쇄 방문하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류 장관은 비정치 · 군사적 분야의 교류를 통해 '방법론적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혀 왔다. 이달 초 미국 방문에서도 유엔을 통한 인도적 지원 재개 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북 유화 메시지를 내놨다. 이번 방중 역시 그 연장선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류 장관이 베이징에서 만날 인사의 면면에는 상당한 무게감이 실려 있다. 류 장관은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탕자쉬안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양제츠 외교부장 등을 면담할 예정이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중국 내 외교 분야 실무 사령탑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막역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8월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후 귀국하는 길에 중국 헤이룽장성에 들렀을때 줄곧 김 위원장과 동행했던 인물이다. 왕 대외연락부장은 북한과 당 대 당 외교를 맡고 있다. 이번 방중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넘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통일부 관계자는 "류 장관의 방중 목적이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며 "북한을 어떻게 하든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행보"라고 말했다.

류 장관의 광폭 행보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류 장관 취임 이후 남한에 대한 비방도,호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8월 우리 정부가 제의한 수해지원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남북간 대화동력이 상실된 상태다.

북한의 긴 침묵에 대해 정부 안팎에서는 "새 통일부 장관에 대한 탐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적어도 대남 비방은 중단했다는 점에서 대화의 문을 차단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