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또다시 치솟는 등 유럽 불안이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의 금융위기가 해결될 수 있는 글로벌 정책공조가 이뤄질 때까지 미리 '매수'하지 말고 현금비중을 늘려 '관망'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미국의 경제지표가 확실히 개선되고 있어 연말 소비시즌의 모멘텀(상승동력)을 노려 정보기술(IT)·소비재 관련주 등 경기민감주(株)를 미리 분할매수해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승우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원은 18일 "당분간 1800선이 지수 바닥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 부근에 근접하면 가격 매력이 드러나 재차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 "분할 매수로 단기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월평균 매도 규모가 지난 9월 이후 두 달여 만에 최고치(누적 기준) 수준에 육박해 수급 상황이 일단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증시에 뚜렷한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지수가 떨어져도 투자자들이 쉽게 '저가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지수 움직임도 달러 대비 유로화의 방향성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어 유럽국가들의 재정 및 금융위기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지수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상 매력적이라도 선뜻 '매수'에 나서지 않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과거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불거졌을 당시에는 유럽정상회담 및 G20 정상회담 등이 전 세계 증시의 분기점으로 작용했지만, 현재로서는 이탈리아의 국채금리 급등을 해결해 줄 만한 확실한 정책카드가 나오지 않고 있어 증시시계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일시적으로 지수의 '갭 다운' 발생 확률도 낮지 않다는 전망이다.

그는 "8~9월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서 벗어나 시장이 많이 올라왔지만, 지난주부터 2주 연속 하락했기 때문에 주요 매수 주체들의 투자 여력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금비중을 높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악재에 대비하는 것도 지금으로선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원은 "이탈리아, 스페이나, 포르투갈,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유럽지역의 재정 및 금융위기는 내년까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유럽의 문제들로 인해 미국의 경제지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앞으로 시장의 상승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며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연말 소비시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까지 유럽의 가시적인 정책공조가 이뤄져 재정위기 해결의 실마리가 포착된다면 지수는 다시 상승 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가올 미국 연말 소비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경기민감주 위주로 분할 매수하는 게 유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