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잠수부들이 보물급 문화재인 고려청자를 도굴해 판매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바다에 매장돼 있던 고려청자 등 고려시대 도자기 30여점을 도굴해 판매하려 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잠수부 조모씨(55)를 구속하고 임모씨(50)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를 판매하는 데 관여한 문화재 매매업자 박모씨(60)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 등 잠수부 10명은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남 진도와 신안 앞바다에서 고려시대 도자기 34점을 도굴해 판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어패류를 채취하는 잠수부인 이들은 어민들이 조업하지 않는 한밤중에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수심 7~15m 깊이 바다 밑바닥에 들어가 압축기와 유압호스로 흙을 걷어내는 수법으로 문화재를 찾아냈다. 이들은 주로 해안초소가 없는 포구에서 작업했고 바다로 나간 뒤에는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경찰은 이들이 고려시대 보물선의 항로를 알아내 보물선이 침몰됐을 법한 곳을 찾아 도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 등이 훔친 문화재 가운데 '청자양각연지수금문방형향로'는 보통 향로와는 달리 연꽃과 물새 등이 새겨져 있는 보물급 문화재로 감정가가 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청자양각연지수금문방형향로 등을 넘겨받은 박씨가 이들 문화재를 골동품 애호가에게 1억원에 판매하려다 문화재 일부가 밀매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박씨의 주거지 등에서 고려시대 도자기뿐 아니라 분묘에서 도굴한 것으로 보이는 가야시대 토기 36점도 회수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