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감독 "나이트클럽 알바 경험까지 캐릭터에 녹였죠"
영화'완득이'가 할리우드 대작들을 물리치고 4주 연속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이래 18일 현재 376만명을 기록 중이며 조만간 400만명 선도 넘을 전망이다. 이날까지 티켓 판매 수입은 135억원에 달해 총제작비 55억원을 빼면 순익이 80억원에 이른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완득이'는 걸핏하면 싸움질하는 문제 고교생(유아인)과 선생님(김윤석) 간의 이야기다. 자극적인 소재 없이 사제지간과 결혼이주여성,가난한 사람들의 삶만으로 '대박'을 터뜨려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연출자인 이한 감독(41)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기존 청소년 성장영화와 비슷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완득이란 인물을 무조건적인 반항아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싸움질을 하지만 심성은 착해요. 자기를 건드리지 않으면 절대 폭발하지 않습니다. 속 깊은 반항아라고 할까요. 기존 반항아와 다른 모습이 관객들의 공감대를 넓혀준 것 같습니다. "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완득이 아버지도 새롭게 묘사했다. 그는 장애인이면서 선한 인물이다. 순박하고 정이 많다. 선생님에게는 깍듯하다. 이 때문에 완득이도 선생님을 원망하면서도 복종한다. 완득이 아버지의 제자도 착하기는 마찬가지다. 숱한 영화들이 나이트클럽 직원들을 조폭 비슷한 악당으로 그렸던 것과 다르다.

"학창시절 나이트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봤는데 그곳 사람들 대부분이 착했어요. 너무 착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일찍부터 고생해 성숙한 사람들이었죠.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물을 묘사했어요. "

나중에 필리핀인으로 밝혀지는 완득이 엄마는 우리들의 엄마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자식에게 먹을 것을 더 챙겨주려는 모성이 절절히 묻어난다. 외국인보다는 그냥 엄마처럼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가 적중했다.

"완득이 선생님은 성격 그대로 마음대로 행동하도록 그렸어요. '척하지 않는' 선생님 말이죠.말끝마다 '얌마 도완득'이라고 윽박지르지만 그것이 학생과 소통하는 그만의 방식이죠.그는 제자에게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아 더 비뚤어지지 않도록 잡아줍니다. "

요컨대 다양한 하층민을 따스하게 지켜보는 시선이 흥행 요인이 아니겠느냐고 그는 설명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밑에서 우러러보는 것도 아닌 동등한 시점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따스하게 그려낸 게 호소력을 발휘했어요. 기존 영화들은 하층민을 불쌍한 사람들로 묘사했지만 저는 그냥 보통사람들로 봤습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유머는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소재를 경쾌하게 풀어줬고요. "

원작 소설과 다른 점은 완득이 선생의 비중을 키운 것이다. 완득이와 대립각을 형성해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선생의 짝이 되는 '호정이'란 인물도 원작에는 없다. 선생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관객들은 더 가깝게 느낀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충무로에서 '연애소설''청춘만화''내 사랑' 등 3편의 로맨스영화들만 연출했다.

"사랑 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죠.사랑할 때 사람들 표정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착한 영화를 만들다 보면 제 자신도 순화됩니다. 앞으로도 착한 영화에 계속 도전할 겁니다.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