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가을 아쉬워…사방에 '붉은 눈물'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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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3만여 그루 산수유 나무, 가을빛에 빨간빛 더해
재래시장·읍내엔 마늘 가득…공룡발자국 화석도 '눈길'
3만여 그루 산수유 나무, 가을빛에 빨간빛 더해
재래시장·읍내엔 마늘 가득…공룡발자국 화석도 '눈길'
읍내 어디를 다녀도 마늘 천지다. 5일장이 서는 공설시장에서는 가게마다 통마늘을 반접(50통)씩 묶느라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묶은 마늘은 나뭇단처럼 높이 쌓였고,깐마늘로 팔기 위해 통마늘을 일일이 쪼갠 쪽마늘도 무더기를 이루고 있다. 시장뿐만 아니다. 길거리의 허름한 가게나 창고에서도 마늘 작업이 한창이다. 마늘로 유명한 고장,경북 의성이다.
◆시간이 멈춰선 재래시장
김장철을 앞두고 읍내 공설시장에서 가장 활기찬 곳도 마늘가게다. 의성마늘은 재래종 한지(寒地) 마늘로 생산량은 전국 총 생산량의 3.5%에 불과하지만 품질이 워낙 뛰어나 '의성=마늘'의 이미지를 심어놓았다. 마늘가게들을 지나 시장 한쪽 끝으로 가니 간판도 없는 대장간이 아직도 영업 중이다. 대장간 주인 최상길 씨는 화로에서 벌겋게 단 쇳덩어리를 두드려 괭이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한 자리에서만 50년 이상 장사를 했다는 그의 손 끝에서 만들어진 낫,호미,칼 등 각종 연장들이 세월을 한참 전으로 되돌려 놓는 듯하다.
대장간 앞 골목에는 '목화솜 탑니다'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요즘도 솜이불을 덮는 집이 있나 싶어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방앗간이다. 가게 주인 양영석 씨(75)가 방앗간 옆문을 열어 보인다. 솜가루가 뽀얗게 앉은 가게 안에는 기계 두 대가 동그마니 놓여 있다. 목화에서 씨를 앗아 솜을 만드는 조면기와 솜을 타는 타면기다.
솜 타는 일을 50년 넘게 하고 있다는 양씨는 "지금은 솜 타는 사람이 적지만 예전에는 솜을 차떼기로 싣고 왔다"며 "의성은 목화와 인연이 깊은 곳"이라고 들려준다. 원나라에서 목화 씨앗을 가져와 경남 산청에 처음 심었던 문익점의 손자 문승로가 조선 태종 때 의성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이곳에 목화를 심어 솜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공룡 구경에 선인들과의 만남까지
의성읍내에서 남쪽으로 내려가 금성면 제오리에 이르자 공룡발자국 화석이 눈길을 끈다. 1988년 군내도로 확장 공사로 산비탈을 절개한 이듬해 홍수로 절개면에 새로운 지층이 드러나면서 공룡발자국이 확인됐다. 발자국은 총 316개로 초식공룡 3종류,육식공룡 1종류로 파악됐다.
경북 한가운데에 있는 의성에 어떻게 공룡이 살았을까. 공룡발자국 화석지에서 들판 너머로 보이는 금성산(531m)은 한반도 최초의 사화산이다. 약 1억5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들이 늪지대였던 이곳에 발자국을 남겼고 이후 금성산의 화산이 분출하면서 늪지가 융기해 지금의 지형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제오리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국보 제77호 의성탑리오층석탑이 천년 세월을 딛고 서 있다. 거기서 서남쪽으로 조금 움직이면 금성면 산운리 산운마을이 나온다. 조선 선조 때 강원도관찰사를 지낸 학동 이광준과 그 후손들이 살았던 동네인데 한옥이 잘 보존돼 있다.
◆가을엔 빨간 열매…산수유마을
멀리서 볼 땐 이 가을에 웬 빨간 꽃이 피었나 싶었다. 가까이 가보니 꽃이 아니다. 빨간 열매가 흐드러지게 달렸다. 단풍이 진 뒷산은 갈색으로 물들고 마을 들머리부터 논두렁,야산,개울가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심어진 나무에 달린 탱글탱글한 열매는 가을빛에 빨간 빛을 더한다. 읍내에서 11㎞가량 떨어진 사곡면 화전 2,3리 일원의 산수유마을이다.
이른 봄에는 노란꽃으로 장관을 이루더니 가을이 되자 꽃이 진 자리에 빨간 열매가 영글었다. 산수유는 의성에서 가장 흔한 나무다. 전국 최대 군락지인 이곳에는 30년생 이상 산수유 3만여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화전3리 숲실마을은 워낙 산골이라 농사 지을 땅이 부족했다. 약재용으로 심었던 산수유가 돈이 되자 한 집에서 두 집으로,산비탈,논두렁,야산,개울가 등으로 산수유 심는 땅이 늘었다. 마침내 산수유는 봄이면 봄대로,가을이면 가을대로 화전리에 꽃물결을 치게 하는 주역이다. 노을빛을 비스듬히 받은 산수유 열매가 유난히 붉다.
◆ 여행 팁
서울에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탔다가 남안동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경북대로를 타고 의성에 도착한다.
의성에서는 마늘이 좋은 수식어다. 마늘소 · 마늘돼지 하는 식이다. 마늘을 먹여 키운 가축들인데 봉양면 화전리의 봉양한우마실작목회 직영점(054-832-1114)에 가면 싸게 고기를 먹을 수 있다. 1박2일 코스로는 의성~사촌리 가로숲~사촌마을 만취당~고운사~낙정 나루터~대곡사~탑산온천으로 가는 편이 낫다.
의성=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