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바타ㆍ블랙스완에 담긴 영화산업의 미래
한국영화 '고지전'에는 '플래툰'과 '하얀 전쟁'에서 보는 아군 진영 내 심리전의 잔영이 보인다.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보이는 물물교환을 통한 적과의 화해,'메리 크리스마스'에서처럼 음악을 매개로 한 정서적인 화해의 모습도 버전을 달리해 선보인다. 적을 증오하는 게 아니라 전쟁 자체를 싫어하면서 전장에 나서는 아군 진영의 일화가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6 · 25전쟁의 한 부분을 떼어내 전쟁으로 말살당한 개인의 개성과 존엄을 휴머니즘이란 그릇 속에 녹여냈다. 전쟁영화가 1960~1970년대 반공 이데올로기 전파 단계와 1980~1990년대 이데올로기와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지나 2000년대에는 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스무가지 시선에 비친 스크린과 세상》은 언론학 박사인 저자가 90편의 영화를 20개의 시선으로 나눠 소개한다. 세상과 소통의 문제를 영화를 통해 얘기하는 것이다. 스타산업의 이면을 그린 '여배우들''라디오스타''브로드웨이를 쏴라',연기를 위해 배우의 몸을 고무줄처럼 늘이거나 줄인 '블랙스완''역도산''내 사랑 내 곁에',동성애 코드를 담은 '브로크백 마운틴''왕의 남자',베스트셀러를 스크린에 옮긴 '제인에어''조선명탐정',성형과 명품에 관한 '미녀는 괴로워''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영화의 미래와 3D기술을 보여준 '아바타''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에 관한 정보와 단상을 적었다.

관련 영화들의 큰 줄기를 파악하고 해당 작품의 위치를 분석한 게 특징이다. 가령 5억달러를 투입한 '아바타'는 영화의 미래를 암시한다고 썼다. 실사와 그래픽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그래픽의 품질이 늘고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카메라를 보면서 연기하는 장면은 고전적인 제작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A.I'에는 할리우드의 상징인 '스필버그 상표'가 붙어 있다고 지적한다.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들에 자주 나타나는 사랑의 결핍과 관계에 대한 연민의 정,미지의 것에 대한 동경과 희망,구원의 시선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과장되거나 오해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팍팍한 현실에 상상의 공간을 마련해준다"며 "이 책도 현실을 살아가는 간접공간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