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캘퍼(초단타 매매자)에게 특혜를 베푼 혐의로 기소된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 등에 대한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재판부가 17일 법대(판사석) 아래로 내려왔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4분 분량의 동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동영상은 주식워런트증권(ELW) 매매가 이뤄지는 화면을 촬영한 것으로,검찰은 "LP(유동성공급자)의 한정된 물량 15만주가 공급되는 순간 단타매매자들이 몰려들어 10초 안에 물량이 모두 소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속도가 빠른 전용선 등을 확보한 스캘퍼들이 LP 물량을 '순식간에' 휩쓸어가 일반투자자들은 거래 기회 자체를 잃는다는 검찰의 기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였다.

그러나 대신증권 변호인단은 동영상을 정반대로 해석했다. 변호인단은 "호가 정보는 늦게 오고 체결정보는 바로 오는 시차 때문에 생긴 오해"라며 "동영상에서 호가가 280원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270~275원으로 거래가 체결됐고,호가를 바꾸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물량 정보가 누락돼 전량 소진된 것처럼 오해를 샀다"고 주장했다. 같은 동영상을 놓고 변호인단과 검찰이 해석을 달리 하며 "우리 쪽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라고 서로 주장하자 재판부는 동영상을 잘 보기 위해 법대 아래로 내려와 화면 앞에 간의의자를 놓고 앉았다. 재판부의 질문이 이어지자 검사와 변호사는 자리에서 일어서 동영상을 여러 번 재생하며 각자의 주장을 이어갔다.

이날 공판은 대신증권 선고(28일)를 앞두고 검찰이 해당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하고 증인 심문을 추가로 하겠다는 '막바지 총력전' 의사를 밝히면서 이례적으로 잡혔다. 검찰은 동영상 외에도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모든 투자자의 거래 체결내역 6억여건을 전수분석한 결과를 선고 전까지 제출하겠다고 이날 말했다. 재판부는 "내사 단계에서 했어야 하는 가장 기초적 데이터가 아닌가"라고 면박을 줬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판결은 결론이 어떻게 나든 교과서에 50년간 실릴 판결이니 조금만 더 신중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자 6억여건 분석 보고서를 역시 증거로 받기로 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요청한 증인 심문을 선고 전일 23일 저녁에 추가로 진행하고 최종 선고를 28일 내리기로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