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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재산환원 어떻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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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 · 8 개각'을 한 달여가량 앞둔 7월 초.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총리 후보에 대해 "안철수를 주목하라"고 했다. 개각 정보에 목말라하던 기자에게 일종의 '힌트'를 준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그의 정보기술(IT) 성공신화,미래,신선한 이미지는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 속된 말로 '상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무적 감각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에 이 관계자는 "그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정치 자질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개각 하마평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이름이 올랐다. 그렇지만 그는 낙점을 받지 못했다.

당시엔 그의 정치력에 대해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1년여 뒤인 지난 9월 서울시장 출마 시사부터 최근 재산의 사회 환원을 선언한 안 원장의 언행을 보면 이 관계자의 말이 '허언(虛言)'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정치인 조건 중 가장 중요한 타이밍과 이벤트를 절묘하게 구사했다. 나설 때와 안 나설 때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1주일가량 침묵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증폭시킨 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하는 드라마틱한 이벤트를 만들어냈다. 또 다시 한 달반가량 입을 닫았다가 선거 이틀을 앞두고 박 시장에게 편지 지원을 통한 극적 효과를 이끌어냈다. 보수와 진보 모두로부터 정치 참여 요구가 쏟아지자 재산 환원이라는 정치 이벤트로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불과 두 달여 사이에 그는 이른바 '안풍(安風 · 안철수 바람)'을 몰고 다니며 온 나라를 휘저었다. 안 원장은 이젠 대선 주자로 나설 타이밍과 이벤트를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어도 이런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까. 링 위는 링 아래와는 분명 다르다. 링 아래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매서운 공격들이 이어질 것이다. 병풍,BBK 사건을 떠올리면 알 수 있다. 재산의 사회 환원이 이런 공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공격의 화살은 재산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없는 허물도 만들어내는 게 정치판이다. 현실 정치는 고담준론이 아니다. 저격수는 여기저기 널려 있다.

정치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것은 그의 장점이지만,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는 보수와 진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이념적 색채가 뚜렷한 야권과의 연대를 가로막을 수 있다. 실제 박 시장을 지지했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안 교수는 민주화 운동 경험이 없다"며 벌써부터 견제구를 던졌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제3의 신당도 정치세력을 등에 업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 권력투쟁에 대한 강한 정치 근육이 필요한 이유다.

[한경데스크] 안철수는 링 위에 올라라
더 중요한 것은 안 원장이 대통령을 꿈꾼다면 비전과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나라를 이끌 구체적인 정책을 준비,국민들의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나서도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정치는 현실이고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판단 기준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복지 정책을 신호탄으로 정책을 선보이며 검증을 받고있다. 안 원장은 정치에 나서기 전 여기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 대선은 깜짝쇼가 돼선 안 된다. 이미지와 이벤트로만 끌어갈 수는 더더욱 없다. 대통령이 내용 없는 '바람'에 의해 당선된다면 불행한 것은 국민이다.

홍영식 정치부 차장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