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對)미 수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통해 한국보다 앞서 미국과 무관세 교역동맹을 체결하면 한 · 미 FTA로 얻을 수 있는 미국시장 선점 효과가 사라질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7%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00년 3% 밑으로 떨어진 뒤 작년 2.6%를 기록하는 등 10년 넘게 3%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선진국 경기 위축으로 미국으로의 수출 증가세도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 대미 수출 증가율은 지난 1분기 19.6%를 보인 뒤 2분기 17.6%,3분기 8.1%로 급락했다. 지난달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석유제품과 반도체 수출이 각각 83.3%,40% 감소하는 등 주력 제품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1개 국책연구기관이 2007년 내놓은 '한 · 미 FTA의 경제적 효과분석'에 따르면 FTA 비준 지연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8조원,후생수준 2조원,무역수지 흑자 2조2000억원,외국인 직접투자 3조원 등 연간 총 15조2000억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