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그 여자가 회사를 그만 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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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서 소모품…비전·기회도 없어
여성 전문인력 키워야 선진국 돼
함인희 <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
여성 전문인력 키워야 선진국 돼
함인희 <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
우리나라 최초로 대졸 여성 공채를 시작한 기업은? 정답은 대우그룹이다. 대우그룹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1년 대졸 여성 100명을 공개 채용했다. 대졸 여성 채용 자체가 이례적이었던 상황이라 당시 대우의 시도는 매우 획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결과는 안타깝게도 실패였다. 채용한 그 해 6~7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졸 신입여성이 퇴사했다. 직장을 떠나게 된 사유로는 결혼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대학원 진학이 뒤를 이었으며,몇 명은 '직장생활에 대한 환상이 깨졌노란' 이유로 미련 없이 대우를 떠나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글로벌 흐름에 발맞추어 여성 인재를 키워보겠다는 선진적 정책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정작 여성 자신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뼈아픈 실패를 딛고 다시 대졸 여성공채 시대를 열기까지는 10년 이상을 기다려야만 했다. 다시금 대졸 여성 대규모 공채의 결단을 내린 건 1993년 '신경영 시대'를 열었던 삼성 그룹이다. 그 후 1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국내 기업의 여성 공채 수준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 지난 20여년간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률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음에도 양육 및 출산기 여성의 경력단절 비율 또한 15% 내외 수준을 유지해왔다.
덕분에 한국은 여성의 생애주기별 취업률이 M자형을 그리는 전형적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피할 수 있도록 매해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정책 예산 배정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려왔지만,여성들이 노동시장을 떠나는 비율은 20년 전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출산과 양육을 명분으로 직장을 떠나는 고학력 여성 전문 인력이다. 이들의 이직 사유에 귀 기울여 보면 복잡한 그들 속내가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여성 중간 관리자 스스로 털어놓는 그들의 내심인 즉,"아이가 안전하게 보살핌 받고 있다는 확신만 있으면 직장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 이력이 붙을수록 일 가정 양립에도 내공이 쌓인다"는 말도 한다. 반면 여성들로 하여금 '여기서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의미하겠다'고 판단하게 하는 진짜 이유로는 "자신이 단지 직장의 소모품이라 여겨질 때" "여성에겐 아무런 비전도 기회도 허락해주지 않을 때" "야근과 회식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남성중심적 조직문화에서 생존할 자신이 없어질 때" 등이 지목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여성 중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이들은 첫 번째로 일 가정 양립 지원을 원했고,두 번째로 자신들의 경력개발 및 리더십 역량지원을 바랐다. 그리고 세 번째로 여성들 간 네트워킹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를 앞서 말한 경력단절과 연결지어 보면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회사가 여성들에게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준다면,나아가 여성들의 경력개발을 관리해주고 리더십 역량을 키워준다면,여성들은 기꺼이 '버티기'에 최선을 다하리라고 말이다.
현재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대략 12~15%로 추정된다. 반면 국내 대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글로벌 기업의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른 모든 영역에선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면서 유독 여성인력 관리 측면에서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고학력 여성 전문인력의 경력단절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는 맥킨지사의 충고가 절실히 다가오는 요즈음이다.
함인희 <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
하지만 결과는 안타깝게도 실패였다. 채용한 그 해 6~7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졸 신입여성이 퇴사했다. 직장을 떠나게 된 사유로는 결혼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대학원 진학이 뒤를 이었으며,몇 명은 '직장생활에 대한 환상이 깨졌노란' 이유로 미련 없이 대우를 떠나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글로벌 흐름에 발맞추어 여성 인재를 키워보겠다는 선진적 정책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정작 여성 자신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뼈아픈 실패를 딛고 다시 대졸 여성공채 시대를 열기까지는 10년 이상을 기다려야만 했다. 다시금 대졸 여성 대규모 공채의 결단을 내린 건 1993년 '신경영 시대'를 열었던 삼성 그룹이다. 그 후 1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국내 기업의 여성 공채 수준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 지난 20여년간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률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음에도 양육 및 출산기 여성의 경력단절 비율 또한 15% 내외 수준을 유지해왔다.
덕분에 한국은 여성의 생애주기별 취업률이 M자형을 그리는 전형적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피할 수 있도록 매해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정책 예산 배정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려왔지만,여성들이 노동시장을 떠나는 비율은 20년 전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출산과 양육을 명분으로 직장을 떠나는 고학력 여성 전문 인력이다. 이들의 이직 사유에 귀 기울여 보면 복잡한 그들 속내가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여성 중간 관리자 스스로 털어놓는 그들의 내심인 즉,"아이가 안전하게 보살핌 받고 있다는 확신만 있으면 직장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 이력이 붙을수록 일 가정 양립에도 내공이 쌓인다"는 말도 한다. 반면 여성들로 하여금 '여기서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의미하겠다'고 판단하게 하는 진짜 이유로는 "자신이 단지 직장의 소모품이라 여겨질 때" "여성에겐 아무런 비전도 기회도 허락해주지 않을 때" "야근과 회식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남성중심적 조직문화에서 생존할 자신이 없어질 때" 등이 지목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여성 중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이들은 첫 번째로 일 가정 양립 지원을 원했고,두 번째로 자신들의 경력개발 및 리더십 역량지원을 바랐다. 그리고 세 번째로 여성들 간 네트워킹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를 앞서 말한 경력단절과 연결지어 보면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회사가 여성들에게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준다면,나아가 여성들의 경력개발을 관리해주고 리더십 역량을 키워준다면,여성들은 기꺼이 '버티기'에 최선을 다하리라고 말이다.
현재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대략 12~15%로 추정된다. 반면 국내 대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글로벌 기업의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른 모든 영역에선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면서 유독 여성인력 관리 측면에서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고학력 여성 전문인력의 경력단절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는 맥킨지사의 충고가 절실히 다가오는 요즈음이다.
함인희 <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