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式 깜짝 정치'에 여의도 '발칵'…고민에 빠진 박근혜
'안철수식 깜짝 정치'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핵심은 탈정치와 세상과 자기식으로 소통하는 이른바 '신비주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정치적 발언은 아예 없다. 하고 싶은 말을 편지나 메시지를 통해 전한다. 정치 질문에는 입을 닫는다.

안 원장은 15일 1500억원대 재산의 사회환원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몰려든 50여명의 취재진을 향해 안 원장이 던진 말은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이라는 말뿐이었다. 정치성 질문엔 일절 답하지 않았지만 부인하지도 않았다.

안 원장의 이번 재산 환원 결정은 기존 정치인의 언행보다 노련하다는 평가다. 정치권은 안 원장의 파장이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잠재적 라이벌'인 안 원장을 경계하고 있다.

일각에선 그의 이번 결정이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타이밍이 절묘하다. 안 원장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잠행으로 일관하다가 꼭 필요한 시점에 나타나 효과를 극대화하며 상황을 정리한다. 그러다가 다시 장막 뒤에 숨어 관심을 증폭시키는 행태가 반복된다. 지난 9월6일 안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 불출마를 선언할 때의 상황 역시 이 패턴이었다. 극적인 이벤트를 만들기엔 더할 나위 없다.

선거 지원에 대한 역풍이나 자신을 겨냥한 공격이 일어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 선거에 임박한 시점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15일 "안 원장이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하는 정치적 감각이 탁월한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감성에 호소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청춘콘서트,편지 정치 등 아날로그 식으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한다.

안 원장의 행보에 대해 친박계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아 공격하기도 난감한 상황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자칫 잘못 공격했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외형적으로 안 원장의 재산 사회환원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안 원장의 재산 사회환원에 대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1500억원을 내놓는다는 게 쉬운 일이냐.정치라고 하지만 순수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가시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안 원장이 대선에 나설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경험과 연륜으로 사람의 갈등을 다루는 자리"라면서 "커서로 바이러스를 다루는 것과 많은 일반 사람을 다루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 의원은 "기부는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라면서 "본인이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액션'을 취한 것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정은/홍영식/강영연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