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경영] "함께 가야 멀리 간다"…기업 사회공헌의 진화
고속 성장과 수출 주도로 경제를 이끌어온 기업들이 양극화의 그늘을 지우기 위해 동반성장과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협력업체, 소외계층과 함께 내딛는 한걸음이 소중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제 기업경영을 구성하는 요소는 투자나 채용, 인사관리, 마케팅 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공헌도 그 자체가 경영의 핵심항목에 포함되는 것은 물론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들의 추세다. 그룹 내에 사회공헌팀을 별도로 구성하고 계열사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나눔활동을 그룹 전체에서 조율하면서 그룹의 색깔과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과 나눔활동도 진화하고 있다. 나눔 경영을 1회성 캠페인이나 불우이웃돕기성금을 내고 연말에 직원들이 고아원과 양로원을 찾아가는 것은 옛 얘기다. 기업들은 사회공헌 관련부서를 설립하고 현금 기부와 직원들의 자원봉사 등으로 이뤄지던 기존의 방식에서 사업진행 파트별로 실무와 관련된 나눔활동을 진행하거나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맞춤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그룹 등은 나눔활동의 참여 인력과 대상을 글로벌 영역으로 확대했다.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은 국내 단일 그룹으로는 최대 규모다. 올해 17년째를 맞은 삼성의 ‘자원봉사대축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 전 사업장이 참여하는 글로벌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열린 삼성그룹 자원봉사대축제엔 국내 사업장에서만 총 15만명의 삼성 임직원이 참가했다. 여기에 총 110개 국내외 사업장에서 임직원과 가족, 협력사 등 1만7000명이 나눔활동을 벌였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도 20명이 동참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빈곤퇴치의 날(10월17일)을 맞아 벌이는 캠페인도 글로벌로 진행된다. 현대차그룹 전 세계 사업장에서 동시에 전개하는 캠페인으로 동아프리카에 긴급 구호 식량을 지원하고, 전 세계 임직원과 시민모금을 진행했다.

기업의 주요 사업을 사회공헌 활동에 접목하기도 한다. SK그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나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콘텐츠 서비스인 ‘행복을 들려주는 도서관’ 애플리케이션을 내놨고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국내 최초로 헌혈 관련 애플리케이션 ‘스마트 헌혈’을 출시하기도 했다.

대한항공도 수송기업이라는 특성을 살려 재난국가에서 적극적인 나눔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달 초 3개월여간 계속된 홍수로 피해를 입은 태국 이재민들에게 생수와 컵라면 등을 지원했고 일본 대지진 때도 생수와 담요 등을 보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비행 원리, 운항 에피소드 등 항공 관련 지식을 알려주는 ‘항공상식교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항공과 여행을 주제로 생활 영어를 가르치는 ‘하늘사랑 영어교실’ 등의 재능봉사활동도 펼친다.

한화는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태양광 사업을 활용한다. 전국 공공복지시설을 대상으로 태양광 발전설비를 지원하는 ‘해피 선샤인 캠페인’이 그것이다.

사회공헌의 대상도 다양해졌다. 기업들은 글로벌로 봉사와 나눔이 닿는 지역의 범위를 넓혔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정 지원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다문화 가정 관련 프로그램을 15개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한국 적응을 도와주기 위해 매달 두 번씩 이들과 함께 문화 시설이나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며 얘기를 나누는 ‘희망멘토링’이 대표적이다.

코오롱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찾아가는 나눔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도권 거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교육을 실시하고 과천 본사 인근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 시설 등을 확대하고 있다.

임원들이 먼저 실천하는 모습으로 모범을 보이기도 한다. 포스코그룹은 이달부터 정준양 회장과 전 계열사 부장급 이상 임직원 830명의 임금 1%를 떼 소외된 이웃에 기부하는 나눔운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한 기부금은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이중언어교육 프로그램과 공공·복지시설용 스틸하우스 건축 등에 쓰일 예정이다.

동반성장과 사회공헌활동에 나서는 대기업들의 행보는 앞으로 더 빨라질 전망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