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울랄라세션
로렌조 오돈은 여섯 살 때 부신백질이영양증(ALD · 특수지방산의 뇌세포 파괴로 전신마비 끝에 사망하는 병) 판정을 받았다. 원인도 치료법도 몰라 2년 이상 살기 힘들다던 의사의 말과 달리 그는 서른 살을 넘겼다. 아들을 포기 못한 부모가 찾아낸 로렌조오일 덕이었다.

랜스 암스트롱은 1993년'세계 사이클선수권대회'우승자였지만 생존율 3%라던 고환암을 이기고 복귀했을 때 주위의 시선은 싸늘했다. '살아난 것만도 기적인데 자전거는 무슨'이었던 셈.그는 그러나 1999년부터 7년간'투르 드 프랑스' 연속 우승이란 쾌거를 이뤄냈다.

남의 얘기를 빌릴 것도 없다. 김연아와 박태환은 '한국인은 안된다'던 스케이팅과 수영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고,현대자동차는 도요타를 이겼다. 기적을 만드는 요인은 언제나 같다. 모두가 불가능하다며 말리거나 비웃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앞으로 내달리는 것이다.

'슈퍼스타K(슈스케) 3' 우승자인'울랄라세션'의 기적도 다르지 않다. 우승했으니까 그렇지,두 달 전까지만 해도 멤버 넷(임윤택 · 박승일 · 김명훈 · 박광선) 중 셋이 서른 살 안팎인 무명 그룹이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게 틀림없다.

실제 그들은 엠넷이 실시한 온라인 사전 투표에서 젊은 경쟁자였던'버스커버스커'를 이겨보지 못했다. 하지만 결승으로 향할수록 그들의 우승은 확실시됐고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춤과 노래 퍼포먼스 모두 완벽에 가까운 무대는 보는 이들의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위암 4기인데도 불구,혼신의 힘을 다하는 리더 임윤택의 모습 또한 슈스케 3 생방송 내내 보는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용기를 불어넣었다. 울랄라세션의 우승은'15년에 걸친 훈련,포기를 모르고 매달린 집념,언젠가는 해낼 수 있다고 믿은 긍정의 힘'이 만들어낸 기적 아닌 기적이다.

"주위에서 '서른 살 넘어서까지 그 짓들이냐'는 비아냥도 받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못난 리더를 믿고 따라와 준 멤버들이 고맙다"는 임윤택의 말은 그간의 설움과 아픔을 전하고도 남는다. "생방송 시작 이후 두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는 기적과 노력이 동의어임을 일깨운다.

지금 이 시간 영영 빠져나갈 수 없을 것같은 터널 속에 갇혔다 싶은 이들 모두 힘내시라.두 달 전 울랄라세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