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득실계산 분주…美는 中 견제, 日은 한국 추월
13일(현지시간) 하와이에서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형성되고 있다. TPP에 동참키로 한 국가들은 물론 초대받지 못한 이 지역 국가들도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한 뒤 미국과의 FTA 발효를 앞두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중장기적으론 참여 여부를 고민해야 할 전망이다.

당초 TPP는 2005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이 시작한 다자간 FTA였다. TPP의 규모와 비중이 커진 것은 2008년 2월 미국이 참가하면서다. 최근 일본에 이어 캐나다와 멕시코가 참가할 뜻을 표시했다. 이로써 TPP 참가국은 호주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말레이시아 베트남 페루 브루나이 등 12개국으로 늘어났다.

오바마 정부가 TPP에 적극적인 것은 경제 · 외교안보적인 전략 때문이다. 2014년까지 수출을 두 배로 확대,미국 내 일자리를 200만개 늘리기로 선언한 오바마다. 그는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은 미국의 경제 성장에 중요하고,일자리 창출을 위한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이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려는 포석도 있다. 미국이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은 고심할 수밖에 없다. APEC에 참석한 중국의 위젠화 상무부 차관보는 "중국이 어떤 나라로부터도 TPP에 초대받지 못했다"며 불안감과 불만을 동시에 토로했다.

TPP 득실계산 분주…美는 中 견제, 日은 한국 추월
중국은 한국 일본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포함된 10개국의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EAFTA) 창설을 통해 역내 패권을 다진다는 구상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국 주도의 TPP에 참가한다면 중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 중국이 궤도를 수정해 TPP에 선뜻 동참하기도 간단치는 않다. 동참은 추가 시장 개방과 위안화 환율 자유화,지식재산권 보호 등 미국이 노리는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참여키로 한 것은 TPP 추진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 일이다. 다분히 이해득실을 따져본 후 결정했다. 미국,EU와 잇따라 FTA를 체결한 한국에 자극받아 지름길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TPP에 참여하면) 일본이 실현코자 하는 (통상의) 룰을 한꺼번에 여러 나라에 적용할 수 있다"면서 "2개국 간 FTA와는 다른 이점이 있다"고 의미를 뒀다.

한국은 당장은 TPP에 소극적이다. 일단 양자 및 블록 FTA를 확대,아 · 태자유무역지대(FTTAP)로 발전시킬 것을 제안한 상태다. 하지만 한 · EU,한 · 미 FTA가 안착되면 TPP 참여를 저울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참여국들은 내년까지 TPP 협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자국 내부의 이해관계로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