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부쩍 부지런해졌다. 전국 113개 대학을 감사한 데 이어 한국거래소 감사과정에선 10개 증권사 임직원 3000여명의 금융거래 정보를 뒤졌다. 또 60여개 전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내역까지 들여다봤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사립대학과 민간 금융회사까지 감사하는 것은 권력남용이란 시비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연세대는 헌법소원까지 냈다.

감사원은 이 같은 기획감사의 근거로 감사원법 23,24조와 27조를 내세운다. 사립대는 민법 · 상법이 아닌 다른 법에 의해 설립됐고 대표자가 국가나 지자체에 의해 임명되기에 감사대상(23조)이란 논리다. 또 공공기관인 거래소가 시장감시를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증권사들에 자료를 요구(24조)하는 것은 월권이 아니며,임직원 금융거래 내역도 요구할 수 있다(27조)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법 해석이자 논리 비약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논리면 국세청이 세금을 잘 걷는지 보기 위해 감사원이 납세자 전부를 뒤질 수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물론 털어서 먼지 안 나올 곳은 극히 드물 것이다. 실제로 사립대 감사에서 총장 · 이사장들의 교비 횡령을 적발했고, 증권사 감사에선 차명 불법주식거래 등 무수한 비리를 잡아냈다고 한다. 그러나 불법 · 비리를 적발했다고 해서 민간 대상 감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감사원은 공직자와 국가 · 지자체 · 공공기관을 감찰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일 뿐이다.

감사원이 부지런해진 것은 올초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후부터다. 은진수 감사위원의 수뢰로 감사원이 집중포화를 받고,금감원 출신의 금융회사 취업이 5년간 금지된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최근 4년간 감사원에서 퇴직한 고위 공무원 42명 중 3분의 1인 14명이 금융회사에 취업했다. 내년 금융회사 주총에선 몇명이 진출할지 주목된다. 금융계의 갑(甲)인 금감원 출신의 전관예우를 금지했더니 '슈퍼 갑'인 감사원으로 대체될 판이다. 아무리 좋게 봐도 전직들의 감사 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일대 약진으로 볼 수밖에 없다. 관료들의 문전옥답 경영은 정말 일순간의 기회도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