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헐어 '물가상승률+α' 상품 늘려라
유통 분야 대기업 임원인 A씨(51)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대학생 딸,고교생 아들과 생활한다. 그는 저축성 예금에 3000만원을,주식형 펀드에 2500만원을 각각 넣어두고 있다. 또 보험과 연금상품의 환급 예정금액은 각각 2000만원,3500만원이다. 여기에 서울 강남에 시가 11억원 상당의 중형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이를 합한 총 자산은 12억원 정도.아파트 담보대출 2억원을 제외한 순자산은 10억원이다. 현재 833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데 생활비와 교육비,이자 등을 내고 나면 평균 200만원 정도 남는다.

◆70대 후반 되면 순자산 '0'

A씨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서울지역 40대 후반~50대 중반 간부급 직장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10억원 안팎의 순자산을 보유한 중상류층으로,부채 비율이나 소득 대비 대출 비중도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앞으로 직장생활이 3~5년 정도 남은 점을 감안하면 은퇴 후 모습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씨의 경� 앞으로 자녀 대학 졸업을 위해 6,7년 정도는 교육비 지출이 불가피하다. 자녀 결혼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연금 외에 특별한 소득을 기대하기 힘들다. 은퇴 후 순수 생활자금(월 250만~300만원 기준)과 각종 소요자금을 고려하면 순자산을 연간 3000만~4000만원씩 까먹어야 할 판이다. 70대 후반에는 모두 소진되는 상황.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그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비대한 부동산…자산 재조정 급선무

전문가들은 50대에 필요한 것은 별도의 소득 창출보다 자산 재조정이라고 강조한다. 자산 포트폴리오만 효율적으로 배분해도 은퇴 설계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부동산 비중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삼성은퇴설계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50대 초중반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0~90%를 차지한다는 점"이라며 "반면 이들 연령대의 평균 금융상품 수익률은 연 3.5% 수준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명진 미래에셋증권 WM그랜드인터컨티넨탈 웰스매니저는 "가장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이어서 현금이 부족한 가정이 많다"며 "부동산 비중을 낮추고 적정 수준의 금융자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를 예로 들면 둘째가 대학에 입학하는 시점에 경기도 신도시에 위치한 중형 아파트로 갈아타고 금융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연금은 늦기 전에 꼭 챙겨야 한다. 전문가들은 퇴직금과 예금의 일부는 연금 상품에 가입해 국민연금과 함께 기본적인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5%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목표 수익률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50대 중장년층은 자금 상당액을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저축성 예금,공시이율형 연금보험 등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 이 자금은 중장기 기대수익률이 높은 적립식펀드로 옮길 필요가 있다. 또 각종 연금상품이나 보험상품의 환급금 등은 '물가상승률+α'를 추종하는 거치상품에 넣어두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최근 금융회사들이 내놓는 '월지급 펀드 상품'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새로운 펀드에 추가로 가입할 필요 없이 보유 펀드에서 원하는 금액을 매월 자동환매해 지급받을 수 있으며 대상 펀드와 월지급 금액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 유연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일부 50대 직장인들의 경우 은퇴 설계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지나치게 리스크가 높은 투자 상품에 뛰어들거나 추가 소득을 위해 별도의 자영업에 진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체계적 준비나 리스크 헤지 없이 자영업 등에 진출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명진 미래에셋증권 웰스매니저는 "자산관리 목표를 노후 준비,자녀 교육 · 결혼자금 마련,사전 증여 등으로 세분화해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위험중립형 성향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주식형 비중 20%,국내외 채권 40%,대안투자 30%,유동성 10%의 자산 배분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