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풍력발전에 10조원? 바람에 다 날릴 수도
정부가 2019년 말까지 전북 부안 위도와 전남 영광 안마도 해상 일대에 2500㎿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육성 방침에 따라 2020년까지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무려 10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매머드 사업이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연간 6525GW로 광주광역시를 포함한 전라남북도 전체 인구(494만명)의 전력 소비를 충당하고도 남는 규모라고 한다. 무공해 청정 에너지인 바닷바람으로 전기를 대량 생산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장밋빛 청사진이다.

하지만 풍력발전 산업의 현실을 보면 과연 정부가 충분한 타당성 검토를 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풍력발전은 지금 공급과잉과 비효율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태양광 발전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최초 설치비는 물론 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풍력발전의 발전단가는 ?i당 152원 수준으로 원자력의 4~5배, 화력발전의 2배에 달한다. 투자비는 물론 운영비 모두 정부 보조로 지탱할 뿐 경제성이 없다. 국고 보조를 받고도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무려 10~20년이 걸린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는 단점도 있다. 덴마크 독일 등 풍력발전 선진국에서도 아직까지 풍력이 기존 발전소를 대체하지 못하는 것에는 다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국내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강원도의 경우 대관령 등 9곳에 19기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지자체가 운영중이지만 설치비의 70~80%는 국고 지원이다. 내년까지 10여곳이 더 늘어날 예정이지만 지자체의 참여는 극히 저조하다. 국고보조금 지원비율이 50% 이하로 낮아진데다 전력 생산량이 낮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대관령 단지는 공사비를 회수하는 데 16년이 걸린다. 더구나 풍력발전기는 수명이 20여년에 불과해 교체비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은 더 떨어진다.

소규모 단지도 이런데 대규모 해상풍력이 과연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는 극히 의문이다. 더욱이 해상풍력은 기초공사비가 육상의 두세 배나 들고 염분으로 내구성이 크게 떨어져 수리비도 더 들어간다.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 국내 관련 업체들의 능력도 의문이다. 기술력이 선진국에 비해 3~5년 뒤진데다 핵심부품보다는 주변기기를 만드는 정도다.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대부분이 수입산이라는 것이 기술력 격차를 잘 보여준다. 각종 부품 업체들의 경우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시스템 업체와는 달리 대부분 소규모 업체로 영업 적자를 기록중인 곳이 많고 부채비율이 1000%가 넘는 곳도 있다. 정부는 해상풍력사업으로 7만6000명의 고용이 창출된다지만 자칫 외국업체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풍력발전기는 바람뿐 아니라 정부 보조가 있어야 돌아간다. 보조금이 끊기거나 대폭 삭감이라도 된다면 해상풍력단지는 천문학적인 돈만 쏟아부은 뒤 바다의 흉물이 될 수도 있다.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10조원이 넘는 투자비를 바람에 날리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