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이자 기회죠"

11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에서 가진 역량을 생각하면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며 "물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의미에선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하이닉스 채권단은 "SK텔레콤이 단독으로 접수한 입찰 제안서를 검토한 결과 최저매각 기준가격(MRP) 이상의 가격으로 응찰했다"며 "이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오는 14일 하이닉스 이사회의 신주발행 결의를 거쳐 신주발행 가격을 확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할 예정이며, 상세실사 및 가격조정 등을 거쳐 늦어도 내년 1분기 안에는 하이닉스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최저입찰금액이 구주 7.5%와 신주 가격을 합쳐 3조2000억∼3조3000억원 수준이고, SK텔레콤은 이보다 약간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입찰제안서 마감일인 10일 오후 5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까지도 하이닉스 입찰에 뛰어들지 말지를 두고 고민했다.

최근 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데다 인수 가격을 놓고도 반대 의견을 나타내는 이사들이 상당수였기 때문.

급기야 이사진 긴급 간담회까지 열었고, 1시간 넘게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마감 직전 입찰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제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주식매매계약이 성사되면 SK텔레콤은 하이닉스에 대한 상세실사를 진행한 뒤 채권단과 협의해 늦어도 내년 1월까지는 최종 대금을 내야 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9월 기준 현금 및 현금등가물, 단기매매증권 등 현금성 자산 2조1000억원을 보규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차입도 고려하고 있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증자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경매 방식에 따라 새로 할당받은 주파수 대금, 차세대 망 구축에 필요한 시설 투자비 등 통신 사업과 관련해 들어가야 할 비용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자금 확보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8월 SK텔레콤은 KT와 1.8GHz 주파수를 놓고 '동시오름입찰방식'으로 경쟁을 벌인 끝에 9950억원에 최종 낙찰 받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시작가인 4455억원의 두 배가 넘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낙찰을 받았다"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회사 관계자는 "주파수 할당 대금은 분할 납부를 할 수 있어 무리가 없다"면서 "모든 경우를 다 고려해 하이닉스 인수를 준비해 왔고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SK텔레콤과 하이닉스 양사 간 시너지 제고 차원을 넘어서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산업이 도약하는 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