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ㆍ72㎏ KAIST학생…정자 600만원에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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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 인터넷서 기승 부리는 '대리父'
화려한 스펙
"증명 필요하면 문서로 제공"…고학력자 더 많은 돈 요구
정자은행 기피
혈액형 외 정보 못 얻어…불임 부부들 왠지 '찜찜'
단속 안 하나 못하나
불법이지만 단속 어려워…딱한 사정에 병원서도 '쉬쉬'
화려한 스펙
"증명 필요하면 문서로 제공"…고학력자 더 많은 돈 요구
정자은행 기피
혈액형 외 정보 못 얻어…불임 부부들 왠지 '찜찜'
단속 안 하나 못하나
불법이지만 단속 어려워…딱한 사정에 병원서도 '쉬쉬'
'18살 청소년입니다. 제가 할머니랑 살기 때문에 돈이 필요합니다. 단지 돈이 필요해서….18살이라 오히려 더 생기 있고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흡연과 음주 전혀 안합니다. 대리부 원하신다면 70만원 정도에 해드리고 싶네요. 비밀 보장합니다. '
불임부부들에게 정자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대리부(代理父)'를 자청하고 나선 지원자가 인터넷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불임문제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8만명을 넘어섰다. 불임시술이 가능한 병원도 13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많은 불임부부들은 혈액형 외에 어떤 유전자 정보도 제공받을 수 없는 임신에 대한 불안감 탓에 병원 찾기를 꺼리고 있다. 대리부 지원자들은 학벌과 체격,지능지수 등 검증되지도 않은 화려한 '스펙'을 내세우며 불임부부들의 이러한 불안감을 파고들고 있지만 이를 단속할 마땅한 법규조차 없는 실정이다.
◆입사 지원서 뺨치는 '스펙' 경쟁
대리부가 선의의 목적(금전 거래가 없는 경우)으로 정자를 제공하면 합법이지만 대부분은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불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자가 접촉한 13명의 대리부 지원자 중 12명이 금전적 대가를 요구했다.
한 지원자는 "저에게 의뢰한 불임부부들은 지금까지 100% 성공했다"며 "임신에 성공할 때까지 30만원만 받고 진행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비용은 한 번 정자를 제공할 때마다 10만원을 요구하는 지원자부터 임신을 조건으로 선금 300만원,그리고 임신이 된 이후에 300만원을 더 받겠다는 지원자까지 다양했다. 고학력에 키가 크고 IQ 등이 높은 지원자는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일부 지원자는 인공수정 및 시험관아기의 경우 '서류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며 노골적으로 '자연수정('인공수정'과 달리 직접적인 성접촉)'을 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혈액형 외 정보 제공 안되는 정자은행 기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불임문제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8만4000여명.5년 전보다 약 3만6000명 증가했다. 불임부부들이 늘어나면서 국내에 정자은행을 통해 인공수정 및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수 있는 곳도 139개 병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좀체 대리부가 사라지지 않는 건 왜일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자은행을 이용하면 혈액형 이외에 정자 제공자의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불임부부라도 '검증되지 않은 정자를 받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을 쉽게 떨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산부인과의 정자은행을 이용할 경우 만만찮은 경제적 부담도 인터넷 대리부를 찾는 원인이다. 서울 강남 A 산부인과에서 정자은행을 통해 인공수정을 하면 1회당 비용은 100만원,시험관아기는 470만원가량이다. 두 시술 모두 평균 성공률은 20% 이하이기 때문에 3~5회 정도 시술을 한다.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정자 제공자를 찾으면 정자은행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정자 제공자가 있는 상황에서 인공수정을 시도할 경우 1회당 비용은 50만원으로 절반의 비용밖에 들지 않는다.
◆병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한몫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금래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은 복지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대리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정자를 사고파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적극적인 단속을 실시해 엄연한 불법행위가 인터넷을 통해 보편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리부 논란이 있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대리부 단속을 위해 온라인상의 게시물을 검색,의심이 가는 게시물을 포털사이트에 요청해 삭제하고 있는 게 전부다.
경찰 관계자는 "당사자 사이에 금전적인 거래가 없었다고 주장하면 불법 사실을 입증할 수 없어 경찰도 단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병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 등을 할 때에는 법적인 제재는 없지만 산부인과학회 윤리 지침에는 부부일 경우라도 주민등록등본 등을 제출,가족관계가 확인돼야 한다. 또 다른 남성의 정자를 제공받아 할 경우는 남편에게 무정자증 등 문제가 있다는 걸 확인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편법을 동원하는 병원이 적지 않다.
한 대리부 지원자는 "남편의 유전자와 가장 유사한 유전자를 받고 싶고 마침 남편 사촌 중에 정자 공여가 가능한 사람이 있으니 사정을 이해해 달라고 요구하면 눈감아 주는 곳이 있다"고 전했다.
김선웅 복지부 사무관은 "불임부부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거나 성적 욕구를 채우려는 남성이 있을 수 있다"며 "대리부 지원자의 조건을 속이는 경우도 적지 않아 그들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되며 대리부를 단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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