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심폐소생술
2030년.폭력이 사라졌다. 총은 박물관에 전시되고 대신 욕설 한 마디에도 벌금이 나온다. 조용하던 세상에 냉동감옥에 갇혔던 20세기 악당 피닉스가 나타나 행패를 부린다. 당황한 당국은 과거 피닉스를 체포하다 민간인을 살해한 죄로 냉동됐던 경찰 존 스파르탄을 되살린다.

1993년작 할리우드 영화'데몰리션 맨'이다. 냉동인간은 인간의 영생불사 꿈을 대변한다. 연구가 시작된 건 1961년.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에틴거가 사람도 얼렸다 녹이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개구리나 금붕어를 -196℃ 액체 질소에 넣어 급속냉동했다 미지근한 물에 넣어 해동시키면 살아 움직인다는 게 근거다.

최초의 냉동인간은 미국의 심리학자로 암 환자였던 제임스 베드포드.언젠가 암치료법이 나올 걸 믿는다며 1967년 실험대상이 됐다. 터무니없는 짓이란 비판에도 불구,미국 미시간주 냉동보존재단과 애리조나주 알코르 생명연장재단 등 각지 보관된 냉동신체는 220구가 넘는다.

영생불사는 몰라도 돌연사만은 피하고 싶은 게 모두의 소망이다. 국내에서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2만명.교통사고 사망자(2010년 5505명)의 4배 가까운 수치다. 집이나 거리에서 심장이 멎었다 살아날 확률은 2.5%.일본(7%)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 확률이 3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8분이 지나면 뇌손상이 심해 회복돼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된다. 119에 신고해도 구급차 도착까지 평균 13분은 걸리는 만큼 옆에 있던 누군가의 심폐소생술 실시 여부에 목숨이 좌우된다는 얘기다.

방법은 흉부 압박-기도 유지-인공호흡의 순.종래 기도 유지-인공호흡-흉부 압박에서 바뀌었다. 심장이 막 멈춘 상태에선 흉부 압박(분당 100회)만 해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소방방재청이 스마트폰용 '응급상황 대처방법' 애플리케이션을 보급한 가운데,서울 소방재난본부가 8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심폐소생술 체험 행사를 개최했다. 평소에 익혀두자는 취지다.

심폐소생술 노래(CPR 송,김진회 작사 이창섭 작곡)만 기억해도 좋을것이다. '후~ 가슴 압박을 시작해/ 하나 둘 셋 넷!/ 팔꿈치를 곧게 펴고 체중을 이용해/ 이 템포를 유지해/ 사오 센티 깊이로 30회/압박해 계속해.'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