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 어느 나라도 시행한 적 없어"
"한국 정치권에서 버핏세를 물리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소득 불균형 해결을 위한 방법 중에 세수 확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한 사회안전망 확보,소득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교육기회 증대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

'자본주의 4.0'의 저자인 아나톨 칼레츠키(사진)는 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버핏세 얘기에 힘이 실리는 것은 재정건전성 강화 차원의 취지"라며 "부자증세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가 주최한 '제4회 기업가정신 주간 개회식 및 컨퍼런스'에 참석차 방한했다.

칼레츠키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기업활동을 저해하면서까지 무분별하게 역할을 증대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한국 정부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관행에 증여세를 물리는 것과 관련,"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그런 시도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 뭐라고 평가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대해선 "최근 만난 한국사람들마다 '동반 성장'을 이슈로 꺼내더라"며 "많은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긴 기간이 필요한 품목도 분명 있을 텐데 그런 시장에서도 대기업을 철수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선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칼레츠키는 자신이 주장한 정부역할 증대에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침범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 정책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것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때 생산성 저하,재정건전성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정부가 맡고 있는 사회서비스,의료,주택 등의 분야에서 민간기업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나고 있어 시대적 분위기에 맞는 기업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칼레츠키는 최근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와 관련,"반값 등록금,무상급식 등과 같은 한국의 복지 이슈가 현재 그리스와 같은 결과로 가는 첫 발걸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