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대출 연장하며 이자율 안 내려 30억 챙겼다"
국내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와 계열사인 미즈사랑 및 원캐싱,업계 2위인 산와머니 등 대부업체 4곳이 동시에 영업정지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형 대부업체가 법에 명시된 이자율보다 높은 금리를 받아 금융당국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자 30억원 더 챙겼다"

금감원 "대출 연장하며 이자율 안 내려 30억 챙겼다"
금융감독원이 4개사에 대해 적발한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들 업체는 법에서 정한 최고 이자율(연 39%)을 웃도는 이자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대부업체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을 연 49%에서 44%로,올해 6월에는 다시 44%에서 39%로 두 차례에 걸쳐 내렸다.

인하된 최고 이자율은 시행일 이후 계약 기간이 끝나 연장하거나 갱신되는 시점부터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이들 4개사는 이런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기존 계약에서 적용됐던 49% 또는 44%의 최고 이자율을 그대로 적용해 이자를 더 받아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초과 이자 수취액은 러시앤캐시가 20억6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산와머니는 7억7000만원,미즈사랑대부 2억1000만원,원캐싱대부는 2000만원의 이자를 더 받았다.

금감원은 이들 업체가 금리 인하를 요구한 일부 고객과 우수고객에 대해서는 내려간 이자율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러시앤캐시와 미즈사랑의 대출 가운데 2645건,87억4200만원어치에만 인하된 최고 이자율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이 중 2253건(73억9500만원)은 고객이 요청해 금리가 내려갔고 39건(13억4700만원)은 우수고객이어서 혜택을 봤다.

금감원은 또 이들 두 업체는 대출 만기 한 달 전에 문자 등을 통해 계약 자동 연장 여부를 사전 통지해야 하는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작년부터 지난 8월까지 대출계약 자동 연장을 통지하지 않은 대출은 8만7800여건에 이른다.

◆해당 업체들,강하게 반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러시앤캐시는 48만2000명(대출액 1조6535억원),산와머니는 42만1000명(대출액 1조603억원)이 이용했다. 전체 대부업체 거래자 수 220만명(대출 규모 7조5000억원) 가운데 이들 업체의 이용자가 41%에 달했다.

영업정지 위기에까지 몰린 해당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연체 채권으로 분류된 고객의 대출에 대해선 바뀐 금리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고,연체에 대해 갱신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은 업계 관례"라고 반박했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금감원은 연체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것이 고의적이라고 판단했지만 대부업계는 통상 연체를 했다는 이유로 새로 계약을 맺지는 않는다"며 "고의적으로 높은 금리를 매기려고 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조성래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장은 "검사에서 정상채권으로 분류한 채권에 연 39%를 넘는 이자를 적용한 사실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체채권이라 하더라도 최고 이자율은 연 39%(대부업법 시행령 제9조)로 정해져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운명은 강남구 손에 달려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에 대한 검사권은 금감원이 갖고 있지만 제재권은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행사한다. 적발된 4개 업체는 서울 강남구에 본사를 두고 있다.

강남구는 해당 대부업체들에 보름 안팎의 사전 통지 기간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업체가 의견을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내부 검토 절차를 밟는다. 법 위반 행위의 경중과 업체 소명의 타당성 등을 두루 살펴 제재를 결정한다. 위반행위가 심각하지 않으면 시 · 도지사 권한으로 영업정지 기간을 감경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실제 영업정지 기간은 3개월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자체에 법규 위반 사실을 통보하면 실제 제재 처분이 내려지기까지는 통상 3개월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강동균/김일규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