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공기관 종업원 수가 올해보다 4000~5000명 늘어날 것으로 추정 집계됐다는 보도다. 해외 자원개발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공공의료 서비스를 확충하는 등에 인력 충원이 필요한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명분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명분이 없어서 공공개혁을 부르짖었던 것이 아니다. 눈앞의 필요에 따라 인원을 늘리다 보면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함께 철밥통이 양산되고 결국 국민 부담만 크게 늘리는 소위 파킨슨 법칙을 극복하고자 함이었다.

어떻든 2008년 26만1984명에서 2009년 24만2672명까지 줄었던 공공기관 종업원 수는 올해 25만2896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엔 26만명을 넘어 다시 2008년 수준으로 원점 회귀하게 됐다. 공공기관 인력을 2만명 이상 감축했던 MB의 작은 정부 원칙은 이로써 완전히 폐기되고 말았다. 공공기관 인력 감축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역점을 두었던 공공기관 선진화 작업의 핵심 항목이었다. 공공기관의 조직을 슬림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해왔던 MB정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개혁에서 가장 미진한 곳이 공공 부문이었다는 실증 결과들은 많다. 국가채무와 맞먹는 부채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은 곳도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2008년 298조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386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LH공사의 부채만 하더라도 이미 125조원을 상회한다. 이것이 한국 공공기관의 현주소다. 준시장형 공공기관은 말할 나위도 없고 시장형 공기업들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스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는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기관 취업 인력이 전 근로자의 25%나 차지하는 인력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많다. 공공기관의 인력을 자꾸 늘리게 되면 우리나라도 결국 그리스 꼴이 날 것이라는 가설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들리는 요즈음이다. 시장에서 열심히 일해 세금을 내는 국민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 수입으로부터 소득을 얻게 되는 소위 조세소득 시민이 늘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국민경제에 큰 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