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 일상생활·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 우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부채 위기가 이 지역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만을 고조시키면서 각국 정부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유럽 주요국 국민을 상대로 지난달 조사한 결과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측면에서 유로존 위기로 인한 우려가 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유로라는 공동 통화가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답했으며, 프랑스 응답자의 59%와 이탈리아 응답자의 62% 등 그 이상의 응답자는 자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이달 20일로 예정된 총선에서 현 사회당 정부의 패배가 예상되는 스페인에서도 응답자의 66%가 유로존 회원국 지위가 자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에서는 특히 실업률 상승에 대한 우려가 두드러져 5명 중 1명꼴인 20%가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했다.

이에 비해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12%, 독일은 7%에 그쳤다.

독일의 경우 유로존 위기가 국가 경제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우려는 46%에 달했지만 일상생활에 좋지 않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반응은 38%에 그쳐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낮았다.

그렇지만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주요 4개국 모두에서 현재로는 유로존을 이탈하기보다는 그대로 유지하는 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유로존 국가가 아닌 영국에서 유로존 가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지난 2월 69%에서 이번에 76%로 크게 상승했다.

유로존에 대한 이런 부정적 기류를 반영하듯 각국에서 현 정부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거나 속속 선거에서 속속 패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 독일 시사잡지 슈테른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유권자의 절반이 오는 2013년 차기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현 정부의 퇴진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메르켈 총리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39%에 그쳤다.

프랑스에서는 유로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는 미미하게 개선됐으나 내년 5월 재선에 도전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년 프랑스 대선의 결선투표에서는 야당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약 60%의 지지율로 당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유로존 위기는 이미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정권을 붕괴시켰으며, 슬로바키아 집권 연정도 총선에서 과반수 획득에 실패해 내년 3월 조기총선에 합의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야당인 노동당이 지난주 합의안을 포함해 추가 구제프로그램을 지지하지 않기로 하면서 현 정부는 의회에서 과반수를 잃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cool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