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채에 지급준비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정부 소유 은행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급준비금 부과 대상에 만기 2년 이하 원화표시 은행채를 새로 추가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3일 입법예고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 수협 등 정부가 주인이거나 주인 행세를 하는 특수은행은 부과 대상에서 빠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산업자금 조달,중소기업 지원 등 정책 목적을 위해 설립된 특수은행을 일반 은행과 똑같이 취급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채권안정기금 5조원을 조성했을 때 산업은행이 1조원을 냈다"며 "위기 시 시중은행이 이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은행권 일부에서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이나 농협 등 일부 특수은행은 시중은행과 똑같이 대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달리기를 하는데 일반 은행에만 모래 주머니를 채우고 뛰라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특수은행에만 특혜를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지급준비금을 내게 되면 은행채로 조달한 자금 중 일부를 대출에 쓰지 못하게 돼 운용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급준비금은 은행들이 예금 인출에 대비해 한은에 적립하는 금액으로 정기예 · 적금은 2%,요구불예금이나 수시입출식예금은 7%의 지급준비율이 적용된다.

은행채에 부과될 지준율은 아직 미정이지만 한은은 평상시에는 0%로 부과하다 위기 시 적정 수준을 부과할 계획이다.

한은도 내심 불만이다. 한은은 당초 시중 유동성 관리를 위해 특수은행채에도 지급준비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발행 잔액 기준으로 만기 2년 이하 특수은행채는 24조원으로 은행채 20조원보다 많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