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생상스의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
클래식 음악계에 흑인 스타는 많지 않으나 그나마 일정한 몫을 유지하는 쪽이 여성 성악이다. 미국이 20세기 중반 이후 새로운 성악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많은 흑인 디바들을 배출한 덕분이다.

흑인 여자 가수들은 대체로 무거운 음색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중 셜리 버렛(1931~2011)은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경계를 별 어려움 없이 넘나드는 넓은 음역을 자랑하면서 강렬한 눈빛만으로도 무대와 객석을 압도해버린 놀라운 존재감의 소유자였다.

11월5일은 버렛이 심장병으로 타계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녀가 부르는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중 델릴라가 삼손을 유혹하는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를 듣고 있노라면 이스라엘의 영웅이 적국의 여간첩에게 손쉽게 넘어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생각될 정도로 잡아당기는 느낌이 강렬하다.

[음악이 흐르는 아침] 생상스의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
코벤트가든의 전설적 공연에서 상대역 삼손을 연기한 캐나다 테너 존 비커스의 응답은 무장해제를 알리는 신음처럼 들릴 지경이다. 인형같이 예쁜 외모와 남자의 심장까지 녹여버리는 진짜 매력과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버렛은 무대 위에서 확인시켜 주었다.

유형종 < 음악 · 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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