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 흔들…'프로파일러' 채용 4년째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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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증원 난색에 38명뿐…만성적 인력난
범죄심리학과도 全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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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미제사건은 늘어나지만 과학수사의 첨병인 프로파일러 증원은 '작은 정부' 슬로건에 발목이 잡혀 수년째 중단됐다. 프로파일러를 양성하는 범죄심리학과도 학부 차원에서 개설한 학교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인력 양성시스템이 낙후돼 있다.
◆범죄심리학과 한 곳도 없어
최근 프로파일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다음 ·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범죄심리와 행동분석(회원 309명)' 등 다수의 프로파일링 관련 카페가 활동하고 있다. 최근 경찰청에서 열린 제5회 범죄행동분석학술세미나에도 전국 각지에서 대학생 300여명이 몰려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체계적인 인력양성 시스템은 요원하다. 현재 학부 차원에서 범죄심리학과를 개설한 대학은 한 곳도 없다. 경기대에 범죄심리학과가 있지만 석사 과정만 있을 뿐이다. 예비 프로파일러들의 롤모델이기도 한 표창원 · 박지선 교수가 있는 경찰대도 법학과 학생들만 세부전공으로 범죄수사학과를 택할 수 있다.
경찰의 양성과정도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경찰수사연수원에서 일선 경찰을 상대로 3주 동안 범죄분석 수업을 하지만 초급 수준이다. 국내 첫 프로파일러인 경찰청 과학범죄수사센터 권일용 경위는 "고급교육을 시켜봤자 프로파일링 부서에 배치된다는 보장이 없어 기존 범죄분석 요원들의 재교육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정부지향…수년째 채용 전무
프로파일러 채용은 2007년 이후 중단됐다. 2005~2007년에 뽑은 프로파일러 38명은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다 대형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권역별로 모여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다. 이들에게 업무가 가중되면서 늘상 인력난에 시달리지만 정부는 소극적이다. 정부는 경찰 정원을 9만8630명으로 제한했다.
경찰청이 꼽은 1999년 이후 장기미제사건은 20건.미제사건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2006년 이후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실종자도 12만명을 훌쩍 넘었다. 해야 할 일이 널렸지만 범죄분석 요원이 워낙 모자라 장기 미제사건 중 몇 건만 겨우 수사하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부가 출범한 뒤 경찰뿐 아니라 공무원 증원 자체를 억제해 왔다"고 말했다. 경찰 증원이 당장은 어렵다는 얘기다.
◆ 프로파일링(profiling)
범죄 현장에 남은 미세한 증거와 용의자의 성장 배경을 분석해 범인의 연령 · 성격 · 직업 · 교육 수준을 추정해내는 수사 기법.피해자와 연고가 없는 '묻지마' 범죄이거나 물증이 거의 없어 수사가 막막할 때 유용하다. 정신분석학자 제임스 브러셀이 1950년대 뉴욕 연쇄폭발사건 범인을 '아버지를 증오하는 이민 2세,뚱뚱한 중년 독신남'이라고 지목한 게 출발점이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