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집사 출신 '靑 총무' 청산할 때다
젊은 세대 살피기에 무심했던 집권세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백두대간 종주중 급히 돌아와 선거캠프를 급조한 시민운동 후보에게 야당과 여당이 차례로 쓰러졌다. 호적 병적 학적 업적 등 모든 족적을 뒤져 약점을 까발렸으나 젊은 민심은 요지부동이다. 그나마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악수 효험이 건재함을 확인한 것이 여권의 위안거리다.

선거기간 동안에도 청와대 주변의 젊은 세대 화 돋우기는 계속됐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반발로 느끼기 십상인 고졸 신입채용 독려에 대통령이 앞장섰고 공공기관과 은행이 맞장구쳤다. 대학 졸업이 '명예'가 아니라 직장잡기에 부적격한 '멍에'가 됐다. 30대 초반인 대통령 아들이 11억원의 거금을 대출받아 내곡동 집터를 헐값에 샀다는 뉴스도 터져 나왔다. 헐값 집터에 대한 보상으로 경호용 주변 땅을 국가가 비싸게 떠안았다는 야권의 비난도 거세다. 대통령 명의로 구입하면 호가가 오를 것 같아 아들 명의를 사용했다는 변명도 구차스럽기 짝이 없다.

청와대 주변에 신용카드와 상품권을 뿌렸다는 이국철 씨와 수령자로 지목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중도 탈락자 신재민 씨의 이전투구도 가관이다. 신용카드 사용내역 확인은 식은 죽 먹기고 상품권을 누가 사서 어디에 썼는지도 백화점 전산망을 통해 금방 알 수 있다. 슬로 모션 검찰 수사와 뒤늦은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법원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시간 끌기 수사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검찰에 출두하면서 보도진을 조롱하는 신씨의 모습을 보고 입술을 깨문 국민이 많다.

대선 캠프 출신 측근의 청와대 주변 맴돌기도 집요하다. 수석비서관이나 장관직을 그만두면 곧이어 대통령 특보 발령을 받고 방을 차지한다. '미래기획' '국가브랜드' '국가경쟁력' 등 빛나는 주제만 골라 다루는 대통령 소속 위원장도 측근 차지다. 난제 해결을 위한 '청년 일자리' '비정규직 해소' '국가부채 감축' 위원회를 만들어 핵심 측근에 맡겼어야 했다. 특보와 위원장 몇 명이 대통령 퇴임 후를 지키겠다며 '순장조'를 자임하고 나섰다는데,이런 코미디 같은 발상 자체가 권력에 기생하려는 불순한 의도다.

'내곡동 땅' 문제의 책임을 떠안고 경호처장이 경질됐다. 국고 43억원이 걸린 부동산 매입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몰랐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국민 세금을 예산으로 쓰는 청와대 총무업무는 급소를 찔릴 위험이 도처에 널려 있다.

전두환 정권 이후 청와대 총무는 대통령 측근이 계속 맡았고 예외 없이 교도소를 다녀왔다. 전두환 · 노태우 정권의 경우는 집권과정 불법과 맞물려 대통령과 함께 처벌됐다. 김영삼 정부의 장학로 · 홍인길,김대중 정부의 박지원,노무현 정부 초기의 최도술 모두 불법 자금집행이나 뇌물수수로 옥살이를 했다. 가장 비극적 사례는 정상문 비서관이다. 정씨는 서울시 감사관 재직 중에 친구인 대통령 요청으로 총무비서관을 맡았다. 퇴임 후를 챙길 요량으로 불법행위를 주도했고 그 결과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자신은 징역 6년을 선고받는 불행을 맞았다.

최종 결재권자와 총무책임자는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감사기구에서도 기관장과 총무책임자의 유착관계가 확인되면 감시를 강화한다. 정치활동이나 비즈니스 시절에 집사 역할을 하던 측근에게 청와대 국고지출 책임을 맡기는 것은 공권력 사유화다. 임기를 1년 남짓 남겨 둔 현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의 악습을 청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후임 총무책임자는 엄정하다는 평판을 얻은 재무관 중에서 감사원장의 추천을 받는 방법 등을 통해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기 말로 갈수록 정부부처 장관과 청와대 실장 및 수석비서관 등 공조직 중심의 책임행정이 구현돼야 한다. 대통령이 산적한 과제를 잘 마무리하도록 측근 인사들의 자중과 절제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만우 < 고려대 경영학 교수 /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