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社 '저가TV 전쟁' 불붙었다
서울 응암동에 있는 이마트 은평점.27일 오전 10시 점포 문이 열리자 20여명의 고객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들이 향한 곳은 6층 TV코너.이날부터 판매에 들어간 49만9000원짜리 '이마트 LED TV'(32인치)를 사기 위해 개장 전부터 줄을 섰던 것이다. 평소 137개 전 점포를 통틀어 TV를 200대 정도 판매하던 이마트는 이날 하루 이마트 TV만 2000대가량 팔아치웠다.

이날 오후 서울 롯데마트 잠실점.전날까지 49만9000원으로 적혔던 '통큰TV'(32인치 LCD TV) 가격표가 44만9000원으로 바뀌었다. '통큰TV를 사면 갤럭시S2 휴대폰을 덤으로 준다'는 문구도 붙었다. 일반 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가입할 때 드는 20만원 안팎의 초기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대형마트업계에 '저가 TV 전쟁'이 시작됐다. 이마트가 삼성전자,LG전자의 동급 제품(86만~91만원)보다 40%가량 저렴한 기획 TV를 내놓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저가 TV 전쟁에 불을 지핀 업체는 이마트.이 회사는 이날부터 자체상표(PL) TV 브랜드인 '이마트 드림뷰' 판매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LG전자 필립스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대만 TPV와 제휴를 맺고,풀HD급 LED TV 가격을 49만9000원으로 떨어뜨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내년 말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는데 맞춰 디지털 TV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3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삼성 LG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1차 선적분 5000대가 이르면 이번 주말에 다 팔릴 것으로 보고 TPV 측에 추가 주문을 넣었다.

홈플러스도 반격에 나섰다. 다음달 초 이마트처럼 자체 개발한 32인치 LED TV를 45만원 안팎 가격에 판매하기로 한 것.모기업인 테스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7개월 동안 기획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HD급인 점을 감안해 45만원 안팎으로 가격을 책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날 국내 중견 TV 제조업체인 우성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56만9000원짜리 32인치 LED TV인 '위큐브'를 선보였다.

롯데마트도 통큰TV를 함께 만든 파트너인 국내 중견 TV 제조업체 모뉴엘과 손잡고 다음달 중순께 32인치 풀HD급 LED TV를 내놓기로 했다. 대만산 패널을 쓴 이마트,홈플러스와 달리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한다. 가격은 경쟁 업체보다 5만~10만원가량 높게 책정할 계획이다.

대형마트 3사가 저가 TV를 잇따라 내놓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내심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지만 TV를 사려는 소비자들은 품질과 애프터서비스를 고려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TV는 5~10년 동안 쓰는 제품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만이 선택 기준이 될 수 없다"며 "가격 인하 등 대응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오상헌/이태명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