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실상 '제로 성장'
일본은행은 27일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에서 0.3%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두 번째 하향 조정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8월에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4%로 내렸다. 내년에도 2% 정도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줄곧 1% 안팎의 저공비행을 하다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2008년과 2009년엔 마이너스 성장으로 고꾸라졌다. 작년엔 3.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전년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 올해는 당초 1%대 중반의 평년작은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지진이 덮치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하반기부터는 엔고(高)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도 만났다. 지진으로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화폐가치가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올해는 반대로 움직였다. 지진과 쓰나미라는 대형 악재마저 힘을 쓰지 못할 정도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상황이 더 부진했기 때문이다.

엔고는 곧바로 일본 수출기업에 타격을 입혔다. 최근엔 태국 홍수 피해라는 악재도 추가됐다. 내년 경제성장률마저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외환시장에 엔고를 막기 위한 다양한 신호를 한꺼번에 보냈다. 우선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일본 경제가 이렇게 안 좋은데 엔화 가치가 올라가는 건 비정상"이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당분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없다는 시그널도 엔고 저지를 겨냥한 것이다. 일본은행이 '제로금리'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한편 일본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엔화가치는 또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75.67엔을 기록했다. 25일 세운 사상 최고치(75.73엔) 기록을 이틀 만에 갈아치운 것.기우치 노보에 노무라증권 경제조사부장은 "당국은 외환시장 개입 등 과감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