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1838억원에 이르는 상장사인 신텍이 분식회계설(說)이 나돈 지 두 달여 만에 사실상 분식회계를 인정, 2008년 이후 4년 간 기업의 재무제표를 대부분 정정해 다시 내놨다.

올 상반기까지 '영업흑자'를 달성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 산업용 보일러 생산기업은 돌연 대규모 '적자기업'으로 낙인찍혔다. 더욱이 2009년 기업공개(IPO)를 거쳐 증시 진출을 앞두고 한국거래소에 잘못 기재된 전년(2008년)의 경영성과(법인세 비용 차감전 계속 사업이익 시현 등)를 제출, 의도적으로 상장을 위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켰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작 증시상장을 위한 첫 단계인 지정감사인의 외부감사를 지목한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기업공개(IPO) 시 기업실사와 발행가액 등의 분석자료를 작성한 대표 주관 증권사, 회계법인 등은 일제히 관련 책임을 상대에게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텍은 전날 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기 위한 대상에 올랐다. 올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이 39억원에서 27억원 적자로 뒤바뀌었고, 2010년 영업이익도 87억원에서 18억원 적자로 변경됐다. 2008년 역시 12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책정됐던 것이 46억원 적자로 드러났다. 2009년 4월 상장을 앞두고 제출한 재무제표를 허위로 기재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신텍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던 삼성중공업은 아직까지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신텍이 스스로 분식회계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인수·합병(M&A)이란 중대한 사안인 만큼 내부적으로 충분히 논의해 경영진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M&A 이슈로 인해 일반투자자들의 피해가 앞으로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중공업으로 피인수 계약이 주가에 강력한 호재로 작용해 일반투자자들의 매매비중이 이미 높아졌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 회사의 개인주주 지분 비율은 약 45%에 달해 상대적으로 소액주주 비중이 높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관련 금융당국은 물론 IPO 주관사 역시 책임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신텍의 재무제표를 검토한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3년 간 분식회계 사실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며 "회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신뢰하고 통상 감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전수 감사 없이 분식회계를 미리 알아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분식회계설이 터진 뒤 전수 감사를 실시했고, 재무제표 관련 오류들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감사대상이 의도적으로 감사인을 속이려고 할 경우 분식회계를 사전에 파악해 낼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상장 당시 직접 외부감사인을 지정한 금융감독원은 회계법인에 모든 책임을 돌렸다.

금감원은 "신텍의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 대해 감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며 "감리가 진행돼 회계 법인의 중대한 과실이 입증되면 외감법에 명시된 규정에 따라 징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텍 사태의 경우 1차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가 가장 큰 문제이고, 회사쪽 주장을 많이 반영해 유리하게 감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는 외부감사인 역시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텍의 IPO를 대표 주관한 우리투자증권도 판매사로서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IPO 계약시 무조건 총액인수로 계약을 하는 데다가 공모주 청약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인수 리스크'를 안은 증권사 입장에선 금감원이 지정한 외부감사인의 감사 자료를 절대적으로 믿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시 IPO 담당자는 "회계법인이 일차적으로 문제라고 본다"며 "외부감사인이 작성한 회계 자료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IPO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IPO 계약 이후 기업을 직접 방문해 1년 정도 실사 업무를 진행하지만, 대부분 내부통제 시스템(이사회 구성 등)과 사업성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며 "IPO 담당자들이 전문적인 회계사가 아니기 때문에 금감원이 지정한 감사인의 회계자료를 신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텍은 앞으로 매매일 기준으로 15일 안에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는 지 여부를 심사받게 되고, 그 대상에 오르면 다시 증시 퇴출을 결정하는 최종 심사가 또 다시 15거래일 이내에 진행된다.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주권매매의 거래정지는 곧바로 해제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