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겨레의 聖山 백두…그 황홀한 비경 속으로
'그 이마에는 늘 하얀 모자/돌개바람이 와서 벗기려 해도/만년설에 뒤덮인 백두산은/모자를 내놓지 않는다//하늘과 구름까지도 품에 안고/단군의 정기를 뿜어 내며/봉우리마다 바람을 매었다 풀고/안개에 담근 몸을 닦아 낸다. '

《백두산》은 겨레의 성산(聖山)인 백두산을 시와 에세이,사진으로 안내한다. 성서원 대표로 시인이자 수필가인 저자가 백두산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풍경과 감정을 직접 지은 시와 에세이로 빚어냈다. 백두산 전문 사진작가 이정수 씨는 작품사진 50여장에 백두산 사계절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았다.

"백두산은 높고 크고 길고 기이하다. 대장부의 근육질 팔뚝처럼 불끈불끈 치솟은 봉우리와 능선을 보여주는가 하면,요염한 여인의 완만하고 부드러운 곡선도 보여준다. 잘게 칼질한 듯 솟아 있는 암벽들,겹겹이 중첩되고 굴곡진 바위마다 비바람과 눈보라의 흔적이 있다. 그 황홀한 비경은 창조주만이 연출할 수 있는 빼어난 작품이다. "

책은 백두산의 사계절 풍경에서부터 사스래나무,이깔나무 숲,백두산 고산지대에 볼 수 있는 희귀 동 · 식물,그리고 폭포와 봉우리,연못 등의 이름에 얽힌 사연들까지 상세하게 소개한다.

용이 하늘로 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비룡폭포로 불리는 장백폭포와 원시림 깊은 계곡에 숨어 있는 금강폭포.저자는 천지에서 발원한 폭포들을 바라보며 '선녀들이 짠 하얀 비단이/끝없이 흘러내리는구나/대지를 흔들며 떨어지는/찬란한 하늘의 분수//천 길 샘솟아/끓어 넘치는 천지의 못물/백두는 그 가슴으로 흘려 보낸다'고 읊는다. 원시의 풍경을 간직한 삼지연에서는 '신선들이 쉬어 가는 태곳적 숨결이 살아 있는 숲 속/곰과 호랑이와 꽃과 풀이/어우러져 낙원을 이룬 곳'이라고 노래한다.

고구려 도읍지 국내성과 천혜의 요새 오녀산성에서부터 일송정에 깃든 독립운동의 혼,2009년 밝혀진 윤동주 시인의 사인(死因)까지 백두산과 두만강,용정에서 펼쳐진 우리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노란만병초,자작나무,산삼과 꽃사슴,해란강,미인송에 얽힌 송풍라월 설화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사진과 글을 따라가다 보면 백두산의 장대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