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시장에 대해 “무한한 잠재력이 있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먹거리가 많지 않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제조 노하우와 설비 부족으로 대부분의 원자재와 소비재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겪고 있다. 케냐 실링화는 지난 1월 이후 달러화 대비 26% 평가절하되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고 높은 실업률, 고질적 부패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하지만 케냐 등 동부 아프리카 인구는 1억3000만명으로, 성장 속도나 잠재력을 고려할 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난달 말 동아프리카공동체(EAC), 동남아프리카경제공동체(COMESA),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IC), 정부간개발협력기구(IGAD) 등 동남아프리카 국가들은 케냐 나이로비에 모여 도로, 항만,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케냐는 총 220억달러 규모의 라무항 종합개발 프로젝트를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라무항 개발을 통해 에티오피아, 최근 독립한 남부 수단, 우간다를 연결하는 동아프리카의 물류 허브로 부상할 전망이다. 민간 부문에서도 주택 개발과 건설 붐으로 부동산 투자가 활발하다.

케냐에서 발주하는 정부 프로젝트는 자금을 가져와 직접 개발하고 이익금을 챙긴 뒤 넘기는 건설·운영·양도(BOT) 방식이 많다. 단기간에 우리가 챙길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지 않아 보일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아프리카는 섣불리 투자하면 망할 확률이 높다”는 선입견과 진입 애로 때문에 더 가능성 있고 투명한 유럽,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 주력해왔다.

우리의 접근법이 ‘단기 수익’ 위주인 데 비해 중국은 길게 보고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중·장기 전략 아래 자원과 시장 확보에 주력,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은 미국보다 휠씬 크다. 정부 간 협상을 통한 유·무상 원조, 민간 파이낸싱과 중국 기업의 프로젝트 수주, 자원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케냐 도로 건설은 중국이 도맡아 하고 있으며 중국 죄수까지 정부에서 대거 동원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현지 세미나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인도 이야기뿐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프로젝트 수요에 대응한 유일한 정부 파이낸싱 수단이 한국수출입은행 EDCF 자금이고, 그 금액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해 프로젝트 수주로 연결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한계를 극복하고 현지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파이낸싱 능력을 키워야 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아프리카개발은행뿐 아니라 민간 부문의 글로벌 투자펀드, 두바이의 오일머니를 유치하고 활용해야 한다. 돈이 될 만한 프로젝트에 국내 투자금융사나 글로벌 펀드와 연계해 공조하고 활용해야 한다.

케냐 프로젝트 발주처와 한국 건설기업, 국제적 파이낸싱 금융회사를 접목할 때 새로운 시장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지 발주 프로젝트에 대한 정확한 수익분석과 사업성 등 수익 기회를 잘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국에서는 임기 중 반짝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 때문에 당장 실적이 없으면 정부든 민간 기업이든 관심이 없다. 단기간에 이익을 내겠다는 성급함보다는 최소 10년을 내다보는 지혜와 투자가 절실하다. 단기 수익보다는 우리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서강석 < KOTRA 나이로비 무역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