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에 대한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나라당은 초상집이었고 야권은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청와대는 선거 실패의 책임론에 휘말릴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26일 저녁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남경필 · 김장수 최고위원,이주영 정책위 의장,김정권 사무총장 등 지도부는 여의도 당사의 개표상황실에서 침묵 속에 TV를 지켜봤다. 탄식과 한숨이 터져나왔다. 홍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8분 만에 굳은 표정으로 상황실을 떠났다. 홍 대표는 상황실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예측조사 아니냐.개표 결과를 좀 더 지켜보자"며 일말의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즉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나경원 후보 캠프 사무실 역시 정적에 휩싸였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격려하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 곳곳에서 "박원순"을 외치는 연호가 터져나왔다. 서울 안국동 박원순 당선자 선거캠프 개표상황실에선 박 당선자와 손학규 민주당,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 야권 지도부가 나란히 앉아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청와대는 선거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 휘말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선거기간 중 '내곡동 사저'와 측근 비리 의혹 등 악재만 제공해온 청와대에 대해 여당이 책임론의 화살을 돌릴 경우 당 · 청 분열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은 가속화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청와대의 인적 쇄신으로까지 이어질 공산도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김형호/차병석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