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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한나라에 재창당 요구한 서울시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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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민은 결국 박원순 씨를 서울시장으로 선택했다. 첫 좌파 성향 시민운동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향후 정책 행보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무상급식을 넘어 보편적 복지개념에 입각한 시정을 펼칠 경우 예상되는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서울시민으로서는 유례없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 김대중 정권의 고건 시장을 거쳐 이명박 시장으로, 다시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거쳐 급기야 좌익 성향의 시민운동가 출신이 거대 도시의 행정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하드웨어적 시정의 시대가 끝나고 복지를 축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적 시정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걸어봄직도 할 것이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앞으로 어떤 시정을 펼쳐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정당정치에 대한 극심한 불신 표출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적 성격을 적잖이 보여주었고 기존 정당정치 구조에 치명타를 던졌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정치변화에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한나라당은 집권당으로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사실 많은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 4년 동안 한국 사회가 더 밝고 투명하며 공정한 사회로 선진화됐다는 평가를 전혀 내릴 수 없다고 느꼈고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한동안 후보를 낼 수 없는 지경에까지 몰렸고 또 한때는 여권 성향 시민단체 후보에게 후보자리조차 내줄 뻔했다. 박근혜 전 대표까지 유세에 나섰지만 한나라당은 지난해에 이어 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지난 6 · 2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은 전통의 보수적 가치를 다시 세우고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는 진지한 노력은 포기한 채 민주당의 복지개념을 모방하는 이념적 공황 상태에 빠지면서 사실상 백기투항하는 사상의 혼선을 보여주었다. 결국 어제의 참담한 패배는 이념전에서의 패배가 표면화된 것이고 충분히 예견된 사태였다.

    민주당도 불임정당으로 전락

    이런 혼란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집권을 꿈꾸는 대안정치 세력으로 변신하기는커녕 결국 시민단체 후보에 밀려 자체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역시 불임정당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안철수 교수가 돌출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한데 모은 것도 기존 정당정치 세력에 대한 깊은 불신과 실망이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최근 10여년 동안 당내 의사결정 구조가 오로지 금배지 중심 체제로 퇴화하면서 국회의원들이 특권계급화하고 당내 질서가 관료화하는 소통의 먹통 사태로 치닫는 길을 스스로 걸어들어갔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박원순 후보의 승리라기보다는 정당정치의 패배요, 기존 정치구조에 대한 서울시민의 실망과 체념이 정치권 밖 시민단체 운동가에게로 쏠린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성숙한 근대국가에서 정당 정치를 빼고는 민주주의를 논할 수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살을 발라내고 뼈를 깎는 재창당의 일대 개혁으로 돌파구를 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낡은 정치를 철저하게 부정하는 바탕 위에서 기득권을 버리고 정치신인을 새로 영입하고 진정한 가치정당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대국면에 처한 것이다. 그것이 작게는 정당을 구하고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 정상궤도로 복귀시키는 길이다.

    시민단체 책임 무거워져, 세대갈등 심각

    지금 걱정되는 것은 시민단체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민단체들의 과도한 정치지향성은 논란을 불러왔다. 시민사회가 성숙하면서 시민단체 역시 성장해가는 것이지만 정치 불신의 바람을 업고 정치권력의 최일선에까지 진출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내디딘다면 이제는 시민단체 역시 역풍을 맞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마땅하다. 세대 갈등이 표심에서 극명하게 갈렸다는 것은 사회통합은 물론이고 대한민국호의 장래를 위해서도 위험하다. 20대와 60대의 표심이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인 것은 우리사회가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청년 세대가 복지포퓰리즘적 정치성향을 강하게 노정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장래를 위험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노 · 장 · 청 간 소통과 대화가 절실해졌다.

    청년을 비롯한 높은 정치적 열기가 50%에 육박하는 투표율로 이어졌고 그것도 큰 불상사가 없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매우 건강하고 역동적이며 창조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새로운 서울시장, 그리고 새로 당선된 지자체장들과 함께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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