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채용 서바이벌 나는 기자다 2011] 신문 / 서성훈, "한국서 난민지위 신청하는 건 미친 짓"
"너 미쳤냐? 왜 한국으로 왔냐?"

미얀마(버마)에서 망명 온 마웅저 씨가 한국에서 만난 고향 친구에게서 가장 처음 들은 말이다. 마씨는 학생운동을 하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1994년 한국에 들어왔다. 당시 마씨는 운동권 선배들에게 한국도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명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해주리라 믿었다고 한다.

마씨는 "처음엔 친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국에서 생활하며 알게 됐다"며 "난민 신청을 거부당하고 소송에 들어가니 취직도 불법이 돼 억울한 일들을 많이 겪었다"고 털어놨다.

3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망명 온 M씨도 불만을 털어놨다. M씨는 군인인 아버지의 반대파들이 주변 사람들을 살해해 이를 피해 온 경우다. 2년 전 난민 신청을 했지만 지난해 불허 판정을 받았다. M씨는 길게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기나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소송비는 물론이고 생계비가 필요하지만 취업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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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씨는 2년 전 길에서 굴러 허리와 머리를 다쳤지만 병원은 가지 않는다. 그는 "X레이 찍고 약 처방 받으면 7만원,물리치료까지 받으면 10만원이 넘게 나오는데 병원비가 없다"며 "소송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안 되면 다시 다른 나라로 가야한다.

난민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난민 인정이 잘 안 된다는 것.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해 '국적국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공포가 있어 돌아갈 수 없는 자'를 보호할 의무를 지고 있다. 실제로 난민 인정을 받으면 국민의료보험 가입과 합법적인 취업 등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난민 인정 비율은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1994년 난민 신청 접수 이후 전체 난민 신청자 3301명 중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10%가 안 되는 250명에 불과하다. 미국 33%,캐나다 40%에 비해 부끄러운 수준이다.

서울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난민 심사를 하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기간이 길어지고 매년 난민 지위를 얻는 사람도 적다"며 "전문인력 충원을 통해 난민 지위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빨리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 채용 서바이벌 나는 기자다 2011] 신문 / 서성훈, "한국서 난민지위 신청하는 건 미친 짓"
현재 난민 심사를 주관하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전담인원은 고작 3명이다. 한 해 평균 400건이 넘는 난민 신청을 소화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올해는 10월까지 600건 이상의 난민 신청이 접수돼 연말엔 700건을 넘길 전망이다.

난민 신청 뒤나 난민 소송 중에는 취업이 제한되는 것도 문제다. 최원근 난민인권센터 팀장은 "난민 심사가 1년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취업은 1년간 금지된다"며 "난민 불허 판정 후 소송에 들어가도 취업이 제한되는데 그동안 생계지원이 전무한 것은 법을 지키고 굶어 죽으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회에는 난민 신청자 및 난민 소송자에 대한 취업허가 등 생활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2009년 발의된 채 3년째 계류돼 있다. 대표발의자인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유엔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가진 사안으로,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 전문은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