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탈리아보다 저축 안 하는 한국
우리나라가 어느새 저축을 하지 않는 나라가 돼버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작년 기준으로 고작 4.3%밖에 안된다. 저축률이 이보다 낮았던 때는 카드사태를 겪던 2002년과 세계금융위기가 터졌던 2007~2008년 같은 지극히 예외적인 시기뿐이니 사상 최저치와 다름없다. 그림에서 보듯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는 미국 일본 독일에 뒤지는 것은 물론이고 재정위기에 처한 이탈리아보다도 못하다. 더욱이 올해와 내년에는 3.5%로 더 떨어져 OECD 회원국들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한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저축률이 20%를 넘어 세계 최고였다는 사실이 아득한 옛날얘기처럼 돼버렸다.

가계 저축률 급감은 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아 저축할 여력이 줄고 있음을 뜻한다. 가계의 저축성예금 잔액이 지난 8월 현재 388조9090억원으로 증가율이 7.9%에 그쳐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게다가 가계부채는 900조원에 육박한다. 저축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저금리도 한몫을 했겠지만 조건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어느덧 땀흘려 일해 번 돈을 저축해 재산을 불리는 것을 경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활동보다 소비를 더 미덕으로 여긴다. 대박을 노린 투기가 성행하고 로또복권, 연금복권이 열풍을 일으키며 카지노는 북적거린다. 제조업 경시풍조도 같은 이유다. 결국 땀흘려 일하는 것을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만 가계와 정부가 견실해지고 성장의 지속성이 확보될 수 있다. 유로존이 흔들리지만 제조업이 튼튼한 버팀목이 되는 독일은 위기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한국인의 경제하려는 의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