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을] SNS시대 리더십은 명령과 통제 아닌 ‘소통’
2007년 3월 캐나다의 인디 뮤지션 데이브 캐럴은 공연을 하러 가기 위해 미국행 유나이티드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륙 직전 그는 창밖으로 수하물 운반 직원이 자신의 기타 가방을 함부로 내던지는 모습을 보고 승무원에게 강하게 항의했지만 이내 묵살당했다. 목적지인 오마하 공항에 도착해 가방을 열어 보니 걱정대로 기타가 엉망으로 부서져 있었다. 공연 일정 때문에 그는 3일 후 파손 신고를 했고, 유나이티드항공은 24시간 이내 신고라는 규정을 내세워 보상을 거부했다.

캐럴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9개월간 보상 요청을 했지만 항공사는 꿈쩍도 안 했다. 그는 그때의 일을 ‘유나이티드항공이 내 기타를 깨부수고 있네’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뮤직비디오는 3일 만에 1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700만건까지 올라갔다. 당황한 유나이티드항공은 그를 찾아갔고, 수리비 보상은 물론 수하물 파손 규정까지 개정했다.

이 일화는 ‘명령’과 ‘통제’로 대변됐던 기존 리더십의 종말을 선언한 사례다. 《오픈 리더십》은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개방의 물결 속에 개인과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상세히 일러준다. 하버드대 MBA 출신으로 소셜 전문가이자 경영전략 컨설팅 기업 알티미터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저자 쉘린 리는 “비즈니스 환경이 통제에서 개방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조직의 경영 리더십 마케팅 전략도 변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오픈 전략’을 소개한다.

저자는 “명령과 통제가 아닌 소통의 기술을 익히는 데 개방이 필요하고 이에 유용한 도구가 소셜 테크놀로지”라고 강조한다. 열성 팬들의 자유로운 열정으로 성장한 ‘베스트바이’, 협업이 가져온 유기적 성공 사례 시스코, 성공적 오픈 전략 실행 모델인 P&G,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문화를 만든 델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오픈 리더십이 기업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보여준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소셜 테크놀로지’가 몰고 온 가장 큰 변화는 견고했던 ‘통제’의 사슬을 끊어버렸다는 데 있다. 소셜 테크놀로지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정보 독점의 헤게모니는 붕괴됐다.

올초 튀니지의 민주화 시위, 리비아 내전 등은 정보가 순식간에 대량으로 공유될 때, 그것을 섣불리 통제하려고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