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공동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는 수술이 아닌 대안치료에 의존함으로써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있는 췌장암 치료를 9개월간 지연시켰다고 그의 공식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밝혔다.

20일(현지시간) 포브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아이작슨은 오는 23일 방영될 예정인 CBS의 ‘60분(60 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잡스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심각한 상태를 숨겼다며 이렇게 밝혔다. 아이작슨은 잡스가 “배에 칼을 대고 싶지 않다” 면서 식이 요법으로 치료하려 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이후 수술을 미룬 사실을 후회하는 듯 보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하버드의대의 연구원인 램지 앰리는 최근 Q&A 사이트인 ‘쿼라’에서 “잡스가 전통적인 의학에 의존하기에 앞서 여러 대안치료에 몰두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앰리는 “자신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같은 상황에서는 잡스의 대안치료 선택이 조기사망의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잡스의 췌장암이 통계를 통해 볼 때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었고 수술이 제시간에만 이뤄졌다면 종양을 제거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은 단순한 적출수술로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 등에 비해 부작용도 거의 없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아주 낮은 치료법” 이라며 “하지만 대안치료에 몰두하는 동안 안타깝게도 종양이 계속 자라나 간으로 전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앰리는 “잡스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고 채식주의자인데다 전통적인 치료법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24일 출간될 예정인 잡스의 전기에는 이 밖에도 권위에 의문을 던지고 자유로움을 추구한 잡스와 관련된 다양한 일화들이 소개돼 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잡스는 눈을 깜빡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계속 쳐다본다든가 하는 기이한 행동을 하는가 하면 13세 때 한 잡지에서 굶주린 아이의 사진을 본 이후로는 기독교를 버리고 선종을 공부했다.

1980년대 실리콘 밸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던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를 수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그가 자신의 아버지인지 몰랐고, 생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다. 또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 애플의 이사회를 돈 버는 데만 관심 있는 “썩어빠진 인간들”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2010년 HTC가 아이폰의 특징을 베낀 안드로이드폰을 선 보였을 때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를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아이작슨은 잡스가 구글이 도둑질했다며 욕설을 퍼부었고 “안드로이드는 훔친 물건이기 때문에 파괴할 것”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반면 디자인에 관해서는 무한한 열정을 보이며 애플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를 자신의 영적 파트너라고 불렀다. 10대 때부터 다양한 식이요법을 시도했던 잡스는 과식주의를 하던 중 ‘애플’이라는 회사명을 생각했고 이 이름이 “재미있고 활기차며 위협적이지 않다”며 좋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