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從北) 사이트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선전물을 제작 · 배포해온 70여명이 공안당국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경찰에 적발된 이적 행위자 중에는 현직 공무원,변호사,군인,교사는 물론 민간 항공사 기장까지 포함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사방사) 등에서 활동하며 북한을 찬양 · 고무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대한항공 기장 김모씨(45) 등 44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유사한 친북사이트를 만들어 국가보안법상 찬양 · 고무 및 이적표현물 제작 · 반포 규정을 위반한 20여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방사 회원인 김씨는 최근까지 인터넷에 과학 관련 개인 홈페이지 '자유에너지개발자그룹(www.scintoy.com)'을 개설한 뒤 북한을 찬양하는 글 · 동영상 60여건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해외 친북사이트 목록을 홈페이지에 링크했다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차단하자 지난 8월 재게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1월 김씨에 대한 첩보를 입수,수사를 진행해왔다. 경찰은 김씨의 홈페이지 '자유토론' 코너에서 '빨갱이가 되기 위한 조건' '국가보안법 폐지 선언문' '주체사상이란 무엇인가' 등 북한을 찬양하는 문건,'체코 방북 영상' 등 북한에서 제작한 동영상 등이 지속적으로 발견되자 지난 18일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김씨는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직장은 꿈을 이루려는 재정적 지원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에서 "김일성 만세"를 불러 구속된 황선종 사방사 사령관에 대해 '불굴의 기상,신출귀몰한 전략,설움과 한의 역사를 통쾌하게 날려줄 분석이었다'고 칭송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 · 고무 등)에 따르면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 고무 · 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경찰은 이번에 압수한 북한 서적 10여권과 이적 표현물이 담긴 컴퓨터 등을 분석한 뒤 금명간 김씨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상에서도 관련 인사를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종북 활동을 했는지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김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대한항공 측도 극단적인 경우 승객을 태우고 월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운항금지 조치를 취했다.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개인 사생활이어서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김씨 외에 공군 중위 1명이 사방사 회원으로 활동하며 이적 활동을 한 혐의를 포착,군 검찰에 통보했다. 이 밖에 변호사,보건소 직원 등 공무원,지방 소재 교육지청에서 근무하는 교육 공무원,학습지 교사 등 다양한 직군이 사방사 회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향후 인터넷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사이버상에서 북한을 찬양하거나 북한에 동조하고 이적 표현물을 배포하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도 10 · 26 재 · 보궐 선거가 끝나는 대로 국가정보원 · 경찰 ·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종북 사이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한 찬양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최근 4년간 경찰이 검거한 '안보 위해 사범' 358명 가운데 사이버 사범은 교사 31명,교수 2명,국영기업체 5명,군인 7명 등 모두 119명이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