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효과, 애플 실망에 묻혔다
인텔과 애플의 실적이 발표됐지만 국내 정보기술(IT)주 주가는 무덤덤했다. 인텔의 3분기 순이익은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애플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IT업계에서 애플과 인텔의 바뀐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란 풀이다.

19일 삼성전자 주가는 0.34%(3000원) 오른 88만6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외국계의 매도 속에 1.47%까지 하락하다 장 마감 직전 반등했다. 하이닉스는 0.23%(50원) 내린 2만1750원에 장을 마쳐 이틀째 하락세였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발표된 인텔과 애플의 3분기 실적이 관심사였다. 'IT업황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이들 기업 실적은 IT업종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지난 2분기에도 인텔과 애플이 좋은 실적을 내놓은 다음날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들이 상승장을 주도했다.

인텔은 올해 3분기 순이익이 34억7000만달러(주당 65센트)로 전년 동기 29억6000만달러(주당 52센트)보다 17.2% 늘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인 주당 61센트를 웃돈 것이다.

반면 애플의 3분기 순이익은 66억2000만달러(주당 7.05달러)로 시장 전망치(주당 7.38달러)를 밑돌았다. 전년 동기 순이익과 비교하면 53.5% 늘어났지만 시장 기대가 워낙 컸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전 같으면 인텔 실적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이 크게 올랐을 것"이라며 "애플에 대한 실망감이 인텔 효과를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인텔을 제치고 'IT업황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전통적인 PC보다는 모바일과 태블릿 수요가 업황 성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IT주의 상승폭이 컸던 점도 인텔효과가 둔화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8월 70만원을 밑돌던 삼성전자 주가는 3분기 깜짝 실적 등에 힘입어 90만원 직전까지 급등했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세계 PC 수요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의 판매량이 회복되고 있어 D램 가격도 반등이 예상된다"며 "잠시 쉬어갈 수 있겠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