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
실제로 그랬다. 중국을 비롯한 몇몇 신흥국가와 작은 경제체제를 빼고는 세계 대부분 나라가 20세기 말부터 게걸음 성장에 머물렀다. 거기에다 수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세계적 경제위기에 겨우 쌓은 부(富)를 한번에 날리는 일도 잦아졌다. 보라.관광객은 끊이지 않는데 그리스는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 있다. 땀이 곧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는 시대,도대체 성장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국내만 보아도 조직마다 기업마다 예전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바뀌고 게다가 더 많이 일하고 있는데도 좀처럼 성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2~3%의 이익만 내도 훌륭한 기업이란 소리를 듣는 게 현실이다.
정부 지출을 잘못 늘렸다가 외풍을 맞으면 재정적자만 가중된다. 부자 돈을 끌어내려고 혜택을 주면 부자 감세라는 지적에 혼쭐이 나다 보니 돈을 순환시킬 방법이 점점 줄어든다.
원래 성장에 미치는 요인은 자원 노동 자본 기술 등이다.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금방 개선시킬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변수로 성장에 관련된 것이 바로 규제 완화,사회적 제도와 관행 개선,노사관계 안정,기업가정신 등 소위 총요소생산성(TFP)과 관련된 것들이다.
다른 여건이 암울해도 이런 부문만 제대로 개선되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데 오히려 정치적 알력이 계속되면서 이런 총요소생산성들이 더욱 악화될 뿐이다. 당장 서울시장 선거가 코앞인데 성장을 얘기하는 후보가 있는가,규제완화를 말하는 사람이 보이는가.
기업으로 보면 이 가운데 노사관계와 기업가정신이 관련돼 있다. 그러나 노사관계는 위기 때일수록 더욱 악화되고 구조조정기에는 회사에 그나마 있던 기업가정신도 사라지는 게 보통의 경우다.
개인으로 가면 할 수 있는 게 더욱 적다. 굳이 성장 변수와 관련지으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길뿐이다.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유일한 자산인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연봉이 아무리 올라도 이자 내기에 급급한 현실에서 내년에 성장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을까.
성장 개념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작년보다 몇 % 나아지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이제 어느 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그 여세로 10년,20년을 기약하는 것이 오히려 맞을지 모른다. 애플이 그랬고 구글이 그랬고 알리바바닷컴이 그랬고 국내적으로도 네이버 다음 티켓몬스터가 그런 사례를 쌓았다.
결론은 어떤 위기감이다. 버티고 있으면 살아남는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회에 한몫 잡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대박의 꿈을 키우고 리스크를 무릅쓰며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거기에 목숨을 거는 것,그것이 본래적 의미의 기업가정신일 것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가끔은 가상해 보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