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동열 전 삼성 감독(48 · 사진)과 이순철 전 LG 감독(51)이 '친정팀' 기아 타이거즈의 사령탑과 수석코치로 복귀한다.

KIA는 조범현 감독을 경질하고 선 감독을 새 감독에 임명했다고 18일 발표했다. KIA는 "조범현 감독이 SK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구단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1996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로 진출한 이래 16년 만에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 된 선 감독은 이날 구단을 통해 "고향팀 감독을 맡게 돼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고 부담감도 크게 느낀다"며 "타이거즈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KIA의 팀 컬러를 살려 한국 최강의 팀을 만들고자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 감독은 이어 "올해 마무리 훈련과 내년 전지훈련을 통해 마운드 불펜을 강화하고 타자들의 투지와 집중력,작전수행 능력 등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수단 조련 계획을 밝혔다.

특히 "투지,즉 이기고 지고를 떠나 9회말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강화해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선 감독은 21일 오후 2시 선수단 상견례를 갖고 공식적인 감독 업무를 수행한다.

선 감독은 1985년 타이거즈에 입단해 1995년까지 11시즌 동안 146승40패,132세이브,방어율 1.20을 기록,6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국보급 투수'.1996년부터 1999년까지 일본 주니치에서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리며 마무리 투수로 맹활약했다. 2004년 삼성 수석코치에 이어 2005년부터 삼성 감독으로 재임하면서 5차례나 포스트시즌에 팀을 올려놓으며 삼성을 강팀으로 조련했다.

수석코치에 선임된 이순철 전 감독은 1985년 데뷔해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로 해태 타이거즈의 공격을 이끌었다. 1998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이듬해 삼성 코치를 맡았고 2001년 LG로 옮겨 2003년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KIA는 현역 시절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 감독을 통해 과거의 영화 재현을 꿈꾸고 있다.

KIA구단의 한 관계자는 "과거 빨간색 유니폼만 입어도 상대팀에서 벌벌 떨던 시절이 있었다. 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팀의 체질을 바꾸면 KIA가 과거 타이거즈 특유의 기강과 정신력이 복원된 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