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자리' 포수 뒤 광고, 한 시즌에 1억
롯데자이언츠와 SK와이번스 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지난 16일 부산 사직구장.1회말 롯데 1번 타자 김주찬이 SK 선발 투수 김광현을 맞아 왼쪽 펜스를 넘기는 솔로 홈런을 쳐냈다. 김주찬의 선취 홈런에 기분이 좋았던 건 롯데 팬만이 아니었다. 왼쪽 관중석과 외야펜스에 각각 옥외광고를 설치한 하이투자증권과 대신증권도 김주찬의 공 덕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두 증권사의 이름이 중계방송을 타고 '다시보기' 등을 통해 몇 번이나 노출됐기 때문이다.

올해 프로야구가 관중 6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기업들의 야구장 옥외광고 경쟁도 활발하다. 대형 증권사 중에선 삼성 대신 현대 동양종금 신한증권 등이 옥외광고를 하고 있다. 하이투자 KTB투자 키움증권 등도 야구장에서 광고전쟁을 펼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야구의 주요 관중인 20대 후반~40대 후반 남성이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전자,통신,유통 업종 기업들의 야구장 옥외광고전도 빼놓을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야구 인기가 주춤하면서 홈구단의 계열사들이 '고통분담식'으로 옥외광고 비용을 떠안았지만,지금은 구단 계열사들도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SK의 문학구장은 SK 계열사들 몇 개만 광고하도록 순서를 정해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야구의 인기가 꺾였던 10여년 전에는 잘 모르는 중소업체들이 광고를 했지만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8개 구장 옥외광고 시장 규모는 한 시즌당 350여억원에 이른다. 가장 광고비가 비싼 서울 잠실구장은 약 40개 업체가 옥외광고에 연간 60억원 정도를 쓰고 있다. 두산과 LG가 함께 홈구장으로 쓰고 있어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상돈 이노션 옥외광고 담당 차장은 "야구팬의 충성도가 높은 롯데의 부산 사직구장과 최근 성적이 좋았던 SK의 인천 문학구장도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광고를 원하는 구장"이라고 전했다.

야구장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곳은 포수 뒤에 설치된 '롤링 A광고판'이다. TV에 노출이 제일 많이 되는 이 자리는 한 시즌에 약 1억원의 비용이 든다. 이곳은 투수가 공을 세 번 던질 때마다 광고가 바뀌는데,한 경기당 10~15개 업체가 광고를 한다. 한 경기당 투구 수가 30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한 차례 경기에 광고업체의 이름이 10번 정도 나오는 셈이다.

기업들은 또 외야펜스,전광판 아래 등 관중들과 TV 카메라의 시선이 자주 향하는 곳에 연간 6000만~1억원의 광고를 한다. 배성진 제일기획 옥외미디어팀 차장은 "TV 신문 등 다른 매체와 비교했을 때 야구장 옥외광고는 노출효과에 비해 비용이 저렴해 광고주가 선호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