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1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관련해 '끝장 토론'을 벌였으나 찬반 양 진영의 첨예한 이견으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진행시간 제한을 둘러싸고 서로 공방을 벌이다가 야당 측 토론자들이 "요식행위에 불과한 토론엔 참여할 수 없다"며 퇴장하는 등 파행을 겪은 끝에 세 시간 만에 끝났다.

이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도 한 · 미 FTA와 관련한 7건의 이행법안과 12건의 피해보호법안 상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외통위 토론회에는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와 이재형 고려대 법학과 부교수가 정부 측을 대표해 나왔다. 한 · 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측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과 법무법인 수륜의 송기호 변호사가 나섰다. 이들은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한 · 미 FTA의 양국 내 법적 효력,개성공단 역외 가공 문제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최 교섭대표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10+2' 재재협상안 열 가지 중 아홉 가지는 참여정부 때 합의한 사항이며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서명 후 제출한 보고서에는 '대단히 잘 된 협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법과 충돌하는 한 · 미 FTA는 무효'라는 야당의 주장은 각자의 법체계에서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점을 간과한 주장이며 미국 국내법이 한 · 미 FTA를 무효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똑같은 협정이 한국에서는 법률의 지위를 갖지만 미국에서는 법률보다 못하기 때문에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미국의 금융위기는 미국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며 "망한 시스템을 수입해 우리가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후 토론회에선 중소상인 보호장치,쌀 재협상 여부 등의 쟁점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송 변호사와 정 원장 등이 발언시간 제한 등 진행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유기준 한나라당 외통위 간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들은 회의장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야당 측 토론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없는 토론회 종결은 없고,토론 내용에 제한이 없으며,상호 토론이 보장된다는 세 가지 전제 조건을 내걸고 참석했으나 여야 간 아무런 합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민주당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국회 외통위는 18일 소위원회를 열고 한 · 미 FTA 비준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한다.

김정은/서욱진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