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의혹이 제기된 셀트리온이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계법인들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했다"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난해 매출에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날 판매법인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셀트리온 제품 개발에 따르는 리스크를 부담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셀트리온은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를 다시 해외 제약사 등에 판매하고 있다.

만약 제품 임상이 실패할 경우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일부 매출처로부터 받은 돈을 되돌려줘야 한다. 단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임상이 실패하더라도 셀트리온에 제품을 반품할 수 없다.

김형기 셀트리온 수석 부사장은 "바이오시밀러에는 제품 하나 당 1500억원 정도로 큰 자금이 필요하다"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관계는 2008년 연구 자금이 부족하고 개발 리스크가 클 당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측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개발, 임상 비용을 책임지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제품이 각 단계에서 일관된 품질을 내고 있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생산해 낸 시험 제품들을 의무적으로 사가게 돼 있다. 임상에 실패해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돈을 돌려받지 않는다. 대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전세계 판매권을 갖는다.

셀트리온 측은 "임상에 실패해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돈을 돌려받지 않기 때문에 셀트리온은 회계상 매출로 인식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일부 해외 판매사들과 계약을 맺을 때 임상 실패시 판매 금액을 돌려 줘야 하는 계약 조건을 안고 있다.

셀트리온 측은 "임상이 실패하더라도 환불되지 않는 부분을 매출로, 환불되는 부분을 선급금 등으로 회계상 표현하고 있다"며 "때문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액이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판매사에 판매 금액을 돌려 줘야 할 경우 인적분할 전인 지난해 판매분까지는 셀트리온홀딩스가 연대 지급보증 하도록 돼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11월 셀트리온홀딩스에서 인적분할됐다.

아예 다른 회사와 계약해 리스크를 분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2008년 당시 2대주주였던 KT&G에 같은 조건을 제안했으나 거절했다"며 "이에 따라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계약을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가 임상을 통과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회사 측은 "임상 80~90%가 이미 끝났다"며 "회사는 임상 진행 중에는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성공을 추측해볼 수 있는 정황적인 데이터들이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해외 임상 실험실에서 실험 대상 환자를 늘려달라고 요청한 점 △약물에 문제가 있어 약물 투여가 실험 환자 권리에 위반된다고 판단될 시 시험이 중단되는데 계속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보유 중인 현금이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의 자금이라는 설에 대해 "테마섹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라며 "투자받은 자금은 다 회계법인들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마섹은 지난 2009년 2000억원을 셀트리온에 투자했으며, 최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10%를 취득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