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축제의 계절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내년 이맘때면 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축제도 한창일 것이다. 축제가 끝나면 이륙을 허락받은 또 한 대의 '대통령 호'가 날아오를 테다.

대통령이 임기를 수행하는 모습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대통령 선거일부터 취임일까지 약 60일은 힘차게 활주로를 달리는 발진기다. 대통령 당선인이나 여당이 된 정당은 가장 신이 나고 의욕이 넘친다. 그 다음은 비행기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비상기다. 새롭게 구상했던 정책들을 실천하며 활발히 움직인다. 다음으로는 고도를 낮추는 하강기가 온다. 임기가 3년차로 접어들면서 야당의 공세는 치열해지고 상당수 국민도 비판적으로 정부를 본다. 집권세력도 분열하기 시작한다. 임기 4년차에 이르면 레임덕이 시작되는 착륙기로 들어선다. 그리고 새로운 5년을 위한 싸움이 다시 시작된다. 헌법상 독립기관이고 삼권분립의 한 기둥인 국회의원들도 이 소용돌이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대통령 임기 5년은 집권세력에는 '너무 짧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야당이나 반대세력에는 '너무 긴 기간'으로 여겨진다. 집권세력은 '너무 긴 기간'으로 여기는 국민의 수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으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는 핵심적인 정책을 실천해야 한다. 반대로 '너무 짧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수는 늘려 가야 한다. 국정운영은 '그들만의 기쁨'에서 벗어나 '모두의 축제'로 전개돼야 한다. 일대 개혁의 승부수도 띄워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하나는 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일체감' 형성이고,다른 하나는 더 좋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다. 이것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얻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언제,어떻게 할 것인가'의 구체적인 내용과 집행으로 국민을 위한 미래의 정치를 앞당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몇 가지의 경제 발전지표나 정치 슬로건만으로는 이룩될 수 없는 일이다.

국정을 담당하는 고위 공직자니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조심스러움 그 자체일 수 있다. 말 한마디,한 걸음걸이가 국민에게 실망을 주게 된다면 지지와 신뢰는 즉시 무너지고 만다. 한번 잃어버린 지지를 다시 회복하기는 어렵다. 잘못된 말이나 행동으로 국민의 빈축을 사는 일이야말로 잘못 끼운 단추와도 같다. 아무리 근사한 옷이라도 잘못 끼운 단추 때문에 결국은 그 옷도 벗어야 한다. 단추를 잘못 끼운 채 그 옷을 입고 다닐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 정치 계절도 높은 하늘을 비행했던 비행기와도 같이 착륙의 시점으로 서서히 다가서고 있다.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두려운 마음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무사한 착륙은 물론이고 그동안의 비행이 성공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또다시 재발진해 창공을 비행할 수 있고,국민 모두와 함께 '축제의 계절'을 기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영 < 국회의원 ychin21@na.go.kr >